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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상장주 지친 동학개미들 장외 시장서 '대박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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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가 비상장주식까지 투자 영역을 넓혔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최근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 5만을 달성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15만 이용자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가장 오래된 거래 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카카오가 운영하는 ‘증권플러스 비상장’까지 동학개미가 몰려드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모주 열풍에 대박 낼 종목을 장외 시장에서 선점하기 위해서다.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야놀자, 마켓컬리와 같은 뜨거운 대형 종목은 물론, 작지만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찾기에도 분주하다.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당장은 낮아도 몇 년 기다리면 크게 뛸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성도 크다. 상장이 늦어지거나 자칫 상장하지 못하면 투자액을 전부 날릴 수 있다. 세금을 소홀히 생각했다가 가산세를 무는 사례도 허다하다.

매경이코노미

크래프톤·카뱅·야놀자 “미리 사자”

스타트업 잘만 고르면 수십 배 대박


서울 서초구 반포에 사는 김용세 씨(36)는 지난해부터 장외 주식에 푹 빠졌다.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하지 않은 비상장주식을 사 모으는 전략이다. 그의 투자법은 상장이 예고된 우량주를 ‘남들보다 빨리’ 사들이는 것. 예를 들어 지난해 초 서바이벌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회사 크래프톤 주식을 주당 40여만원에 사들였다. 현재 장외 시장 시세는 260만원대(38커뮤니케이션 매도가 기준)로 투자금액 대비 5배가량 뛰었다. 김 씨는 “상장 시기에 임박해 장외에서 사면 위험하다. 상장 직후 떨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1~2년 전 매수하면 대체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장외 시장에서 팔아도 되고, 상장 이후 처분해도 손해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천구에 사는 서철현 씨(40) 전략은 다소 다르다. 작은 기업이라도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장외 시장에서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 기업만 사들인다. 한번 투자하면 5년 정도 묵혀둘 각오로 매수한다. 그는 지난해 시가총액 1000억원 가치로 평가받는 바이오기업 I사를 샀다. 올해 기업가치는 대략 2000억원대로 뛰었다. 그는 보유 주식 절반을 팔아 이미 원금을 확보했다. 나머지는 상장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서 씨는 “상장주식에 투자했을 때는 매시간 주가판을 쳐다보고 등락에 일희일비했다.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비상장주식은 오래 기다린다고 생각하고 잊고 지내면 된다”고 말했다.

▶K-OTC 누적 거래액 1조원 돌파

고수는 물론 MZ세대도 뛰어들어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선 이후 횡보장을 보이는 가운데, 비상장주로 눈을 돌리는 동학개미가 부쩍 늘었다. 투자에 밝은 30~40대뿐 아니라 MZ세대(1980~2004년생)까지 뛰어들었다는 게 특징이다.

최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5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올해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야놀자 등 대형 공모주 상장이 예고되며 경쟁이 치열한 청약 전 비상장주식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운영하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이미 25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 등 상장 열풍이 일었을 때 최고치인 12만명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국내 유일 제도권 비상장주식 시장인 K-OTC 거래대금도 일평균 70억원에 육박했고, 누적 거래액이 1조원을 돌파하며 열기를 입증했다.

투자 방식도 다양해졌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K-OTC나 비상장주식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K-OTC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 주식 시장이다. 증권사 HTS나 MTS로 거래할 수 있다. 다만 상장 종목 수가 150개 미만으로 적다. 비상장주식 플랫폼은 ‘38커뮤니케이션’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이 대표적이다. 38커뮤니케이션은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투자자가 각자 알아서 거래 대상을 찾아야 해 다소 번거롭다. 사기 매매도 조심해야 한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증권사가 중간에 개입해 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조합을 통한 투자 사례가 늘었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엔젤리그다. 엔젤리그는 투자자를 모아 조합 형태로 비상장주식을 매수한다. 주주명부에는 조합 이름이 등재되고, 투자한 금액대로 조합의 지분을 보유한다.

‘비상장주 = 대박’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가 회사가 망하면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된다. 상장이 늦어지며 투자금이 묶이는 사례도 빈번하다. 아예 상장에 실패하는 경우에도 주가는 폭락한다. 장기 투자라는 점도 잊지 말자. 보통 3~5년 묶이기 때문에 당장 써야 하는 돈으로 장외 주식을 사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명순영·박수호·류지민·김기진 기자 / 그래픽 : 신기철]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2호 (2021.03.31~2021.04.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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