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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벡터 백신 퇴출 조짐에…위기 몰린 韓 "집단면역 재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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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이어 얀센 백신발 혈전 논란에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연이은 돌발 악재에 AZ와 얀센 등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방식의 백신이 퇴출 위기에 몰렸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담보된 화이자·모더나로의 수요가 쏠리면서 백신 공급난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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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앤드존슨 얀센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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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외신에 따르면 전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문기구가 긴급회의를 열어 얀센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검토했지만, 자료가 더 필요하다며 판단을 보류하면서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AZ 논란 때와 달리 이번 논란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AZ와 얀센 백신 모두 같은 플랫폼(생산방식)이라 개발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탈리아 매체를 인용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AZ와 얀센의 백신 사용 계약을 내년에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보건부도 “더는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을 사들일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각국은 상대적으로 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적은 모더나·화이자 등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 백신에 집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EU 관계자를 인용, “EU가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mRNA 기반으로 백신을 생산하는 업체들과만 거래할 거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U는 당초 올해 말 받기로 한 화이자 백신 5000만회분도 앞당겨 받을 예정이다. 2023년까지 추가로 18억회분을 공급받기 위한 협상도 시작했다. 공급 지연으로 미국, 영국과 비교해 접종률이 뒤처져 있는 유럽이 전략을 바꿔 화이자에 베팅하려는 움직임이라고 NYT는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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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앤드존슨 얀센 코로나19 백신의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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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백신 확보 역량에 따른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모더나 측은 이미 자국인 미국에 7월까지 2억 도즈 백신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상대적으로 물량이 넉넉한 미국은 백신 생산을 더 늘리기 위해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이 주선해 미 특수약품제조업체와 모더나 백신의 위탁생산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AZ 백신에 의존해 온 호주는 AZ 백신을 50대 미만에게 쓰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올 10월까지 전 국민 백신 접종 완료 목표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시사 월간지 아틀랜틱은 “미국은 전체 인구를 접종할 mRNA 백신을 충분히 주문했다“며 “이외 국가는 싸고 유통이 용이한 얀센과 AZ 백신에 의존했다. mRNA 백신 보유국가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곧 화이자, 모더나 백신의 공급 제한과 높은 가격, 유통 문제가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백신 이용에 제한을 가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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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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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약품청(EMA)의 얀센 관련 지침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백신 쟁탈전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미국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결정해 얀센 접종 중단을 권고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럴 경우 파장은 더 커진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안전성을 가장 최우선으로 해왔고,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미국에서 AZ 백신을 허가해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판인데,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접종하진 않을 것”이라며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충분하고, 이미 고령자 접종을 상당수 진행한 미국은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코너에 몰렸다. 2분기야 그럭저럭 예정된 백신으로 접종을 이어간다 해도 일반 성인 등 3325만명의 접종이 본격 시작되는 3분기 쓸 물량이 불안정하다. 노바백스 1000만명분은 일단 3분기 도입이 확정됐지만, 나머지 1000만명분의 공급 시기는 4분기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이외 모더나(4000만회)가 있지만 수급이 불안정하고, 화이자(1900만회)를 최대한 당겨야 할 텐데 쉽지 않아 보인다. 얀센과 AZ의 추가 공급도 있을 예정이지만 혈전 논란 탓에 쓸 수 있는 대상자가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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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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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주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자국 위주로 공급하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3차 백신 접종까지 이뤄지면 우리에게 오는 물량은 더 줄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사실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집단면역 목표를 재조정해야 한다. 미국과의 정상 외교를 통해서라도 백신 확보 노력을 다각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보된 백신을 효과적으로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쓸 수 있는 백신이 한정적인 만큼 당초 정부 접종 계획에서 우선순위에 들지 않았다가 중간에 대상자로 추가된 교사와 승무원 등의 접종을 미뤄 이 물량을 고위험군에 먼저 쓰는 것도 검토하잔 얘기다.

다급한 정부는 15일 국내 한 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을 오는 8월부터 위탁 생산하는 내용의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신의 종류와 제약사 등 구체적 사항은 공개하지 않아 급작스러운 발표로 혼란만 가중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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