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사진)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에 출석했다. 그동안 검찰 소환을 거부했던 이 지검장이 출석한 배경에 수사팀의 불구속 기소 결론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검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 절차에 입각해 모든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기를 기대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8일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17일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이 지검장을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오전 11시부터 약 9시간 동안 진행됐다. 수사팀은 이 지검장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된 공익신고서 등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2019년 6~7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김 전 차관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안양지청 수사팀은 같은 해 3월 22일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과정에서 법무부 출입국본부 공무원들의 출국금지 정보 유출 의혹을 수사하던 도중 대검 과거사위원회 소속 이규원 검사가 가짜 사건 번호로 출국금지를 요청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이를 6월 18일 대검 반부패부에 보고했고 7월 4일 무혐의로 종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지검장이 외압을 넣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 지검장은 외압은 없었고 모든 지시는 공식 보고체계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지검장 측은 "6월 18일 안양지청 검사의 보고서 등으로 확인한 내용을 총장에게 보고했고 안양지청에서 건의한 대로 출국금지 상황을 확인하라고 지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안양지청 지휘부와 수사검사 간 갈등이 있는 것을 처음 알아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며 "이 점은 반부패강력부가 외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 측은 "무혐의 종결 후 총장 말씀에 따라 수사 상황을 확인하라고 지시한 뒤 보고서를 그대로 총장에게 보고했다"며 자의적 외압이 있었다면 총장에게 보고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불법 출국금지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3월 22일 밤늦게 출국금지 사실을 알게 됐다"며 부인했다.
이 지검장 출석은 검찰 소환 5번째 만에 이뤄졌다. 앞서 그는 4차례 소환을 거부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도록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수원지검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지만 공수처가 수사 여건 미비로 사건을 재이첩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수사는 하되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내리겠다"며 '유보부 이첩'을 주장했다. 수원지검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 사이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 지검장과 면담하면서 관용차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준 것이 드러나 '수사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지검장은 이날도 "고위공직자 범죄는 수사와 공소 제기에 대한 관할이 공수처에 있다"고 주장했다. 소환 거부와 관련해서는 "검찰에 재이첩된 사건에 대한 수사 및 기소권이 어디에 있는지 검찰과 공수처 간 의견이 달랐기 때문에 의견이 조율되기를 기다렸던 것"이라고 했다. 또 "사건 배당 과정과 수사 방향, 언론 유출 등을 이유로 검찰 조사가 검사 간 내부 다툼으로 해석되기도 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도 했다.
이 지검장이 소환에 응한 배경으로 수원지검의 기소 방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수사팀은 대검에 이 지검장 불구속 기소 결론을 보고했고 대검도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기소 결론이 난 상황에서 적극적인 방어권을 행사하기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다. 재판이 시작되면 조사 거부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유력 차기 검찰총장 후보였던 이 지검장이 권력형 비리 피의자로 조사까지 받으며 법무부의 장고가 이어졌다. 법무부는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한 지 27일이 지났지만 이날까지 추천위 소집을 미루고 있다. 추천위가 후보군 중 3명 이상을 추려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한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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