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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스존의 스펙터클 블록체인] 거래소간 시세차이, 먹는게 왜 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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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대표]
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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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님, 시간 되시면 상담 좀 해도 되나요?"

약 관련이 아니었다. 얼마 전 조용한 저녁, 지인으로부터 갑작스런 코인 관련 문의를 받았다. 코인 커뮤니티 분이 아닌 전부터 알던 분이다. 장이 워낙 좋다 보니 개인적으로 코인 투자를 하고 있던 모양이다.

외국에 친구가 있는데, 해외 코인과 한국 코인간의 시세 차익을 먹기 위해 친구와 송금 거래를 하여 차익을 얻는 것이 불법인지를 물어 왔다. 사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최근에 워낙 이 이슈는 뜨거운 감자였고 불법 여부에 대해 방에서도 말이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인을 낀 재정거래는 조심해야 한다.

여러 사례들을 찾아보았을 때, 외국환거래법, 자본시장법, 그리고 자금세탁 의심거래가 될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재정거래를 위해 코인을 전송하는 행위'만 떼어놓고 보면 외국환거래법, 자본시장법상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자금세탁용 불법적인 자금만 아니면 코인 전송 때문에 마음 졸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보도자료는 '정부에서 좌시하지 않는다'고 겁을 주고, 은행은 '불법송금 원천 차단' 공문이 계속 올라온다고 소문을 내며, 카드사는 자꾸 해외 거래소 결제를 턱턱 막아 버린다. 현행법상으로 문제가 없는데 문제가 되고 있는 재정거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을 바보 만드는 '불법 아닌데 금지'된 차익 거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불법 없이 막히는 '카드 보따리' 시정돼야

코인은 주식과 달리 같은 코인인데도 해외 거래소 가격과 국내 거래소 가격에 차이가 생길 수가 있다. 그 가격차를 백분율로 표시한 것을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이러한 프리미엄은 한국 시장이 과열될 때 급격하게 커지다가도, 시장이 식으면 또 작아지기도 하는 특성을 가지는지라 매매에 부담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김치프리미엄은 보통 유동성 공급자들이 재정거래, 즉 싼곳에서 사와서 비싼데 파는 방식으로 열심히 줄여 나가지만, 이 균형이 깨지고 한국에 과잉 매수세가 쌓이면서 3월 말부터는 좀체로 10%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집단에서 전문적으로만 하던 재정거래를 개개인들도 하려는 시도가 생겼고, 여러 방법 중 제3자를 거치지 않는 신용카드 결제를 활용해 해외 거래소에서 구매 후 한국에 매도하여 차익을 보는 시도들이 나타났다. 이를 속칭 '카드 보따리'라고 불렀다. 4월 초부터는 10% 이상의 차익을 볼 수 있어 곳곳에서 팁을 전수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 행위는 외국환거래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법에서 정한 대외지급수단(외국통화로 표시된 지급수단)에 코인은 포함되지 않고, 본인이 본인 계정에 결제해 전송하는 방법이라 환치기로 규제할 수 없다. 또 코인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규정하는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없는 금융상품 또는 사행성 게임물 이용 대가/금전에 속하지도 않는다. 단순히 차익 매매만을 위한 카드결제 후 국내 코인 송금을 막을 법적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카드사는 카드 보따리를 비공식적으로 하달받은 불명의 가이드에 따라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막고 있는 실정이다. 자기 카드를 이용한 카드 보따리에 이러한 사기거래에 해당할 만한 범죄적 요소는 대개 없다. 심지어 법적으로 문제되는 행위를 한 것도 따지고 보면 없다.

혹시 코인을 자본시장법상의 금융투자상품, 즉 증권에 준하는 취급을 하여 임의로 신용카드 거래를 막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법에 정해지지 않은 결제를 사기라는 누명을 씌워 차단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가진 적법한 결제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뚜렷한 법적 근거 없는 막무가내식 틀어막기는 단순 무고한 재정거래 뿐 아니라, 신용카드를 통해 매입한 코인을 통한 페이먼트 등 각종 가상자산 결제 플랫폼에서의 사용 측면에서도 지대한 문제를 일으킨다. 결국은 산업 발전까지 가로막는 셈이다.

명확한 입법이 조속히 필요한 영역

재정거래 중 '카드 보따리'와 달리, 외국에 사는 지인을 개입시켜 해외송금을 왔다갔다 하면서 차익거래를 하고 수익을 나눠 가졌을 때는 방법상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 불법 환치기와 같은 형태의 행위로 보고 처벌이 가능하다고 한다. 정부의 적발 의지와 그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익에 비해 크게 골치아픈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건당 금액을 5000달러 미만으로 쪼개서 여러번 전송하여 적법한 절차로 무신고 외국환 거래를 하더라도, 거래 성격상 큰 금액이 쪼개기된 정황으로 보이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 나라에서 거래소에 모종의 압박이 오갔는지, 외부에서 코인 입금이 들어온 경우 현금화 후 출금을 막기 위해 72시간 딜레이까지 생겨난 상황이다. 여러 모로 '하지 못하게', '곤란하게'만 만드는 형국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큰 상태에서 국내 거래소 거래는 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코인의 자유로운 이동도 막고, 고점 매수 후에 폭락이 일어나는 경우 2018년처럼 50%의 추가 하락을 떠안는 한국인만의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없애야 하는데, 정부는 재정거래를 무작정 틀어막아만 놓았다.

그 사이 외국인들은 불법 환치기를 통해 유유히 해외로 재정거래를 완료한 수익금을 반출하고 있다. 어느 동네에 중국인 전문 환치기가 성행한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은행에서는 자체적으로 문제시되는 송금을 막지만, 개인간 모든 거래를 막을 수 없는 노릇이니 이러한 재정거래 수익금 반출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는 안되고, 외국인은 되면 이 재정거래를 왜 막는 걸까. 카드로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살 때, 가상자산이 도대체 무슨 결제 금지 대상에 속하기에 FDS로 막는 것일까. 거래소는 자체적으로 자금 세탁 방지 규칙을 만들고 열심히 이행해 왔는데, 갑자기 최근 코인 입금시 72시간 딜레이를 주고 원화를 출금하도록 하는 의도는 순전히 김치 프리미엄 재정거래를 저해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이를 막연하게 저지해야만 하는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답을 하나도 알 수가 없다. 다 규제가 불분명한 탓이다. 정부는 무조건적으로 틀어막기보다는 이제는 입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다. 여기서 입법의 키는 단연 가상자산의 정체가 무엇인지이다. 그 내용이 업권법의 소관이라면, 업권법에서도 가상자산의 성격은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이다.

법에서 분명히 범주를 정하고, 그 법에 따라 허용을 하거나 금지를 한다면 사람들이 수긍할 만하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데, 법에 정해지지도 않은 것들로 업계도 투자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 가상자산 산업의 적법한 발전, 그리고 투자자의 권리를 위해 정부에서 조속한 입법을 고민해 주기를 촉구해 본다.

글=스존(김태린)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스존(김태린) 님은?
30대 회사원이자 약사다. 본업과는 동떨어진 블록체인 행사 정보를 공유하는 방을 운영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2017년 불장에 아버지 추천만 덥석 믿고 이더리움, 일명 파더리움을 풀매수하고나서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2018년 야심차게 장투를 시작했던 모든 코인의 가격이 토막나는 시련을 겪었다. 물린 코인 공부할 겸 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밋업에서, 먹는 재미 듣는 재미에 홀라당 빠져 밋업 마니아가 되었다. 2019년 1월부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블록체인 밋업 정보교류방'을 운영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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