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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자충수' 남양유업 경영진에 대리점주·직원 "정말 우리도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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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마케팅 총괄 홍원식 회장 장남 홍진석 상무… "대국민 사과하고 윤리경영 선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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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로고/사진= 남양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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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코로나19(COVID-19) 마케팅으로 자충수를 둔 남양유업 경영진 탓에 직원들과 대리점주들이 한숨을 짓고 있다. 불매운동 확산으로 직원들은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8년 전 '갑질 사태' 피해자였던 대리점주들은 또 다시 피해가 커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남양유업 마케팅 총괄자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다.

1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남양유업의 발효유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된 지난 13일 이후 남양유업 직원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남양이 남양하네" "남양스럽다"는 글 아래 남양유업 직원들은 "대신 사과할게, 우리도 정말 지친다" "힘도 들고 기운 빠진다" "언제쯤이나 어깨를 당당히는 못 펴도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 날이 올까" 등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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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에 올라온 남양유업 직원들 글 캡처/사진= 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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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주에 물량 밀어내기를 한다는 등의 이유로 갑질 프레임이 씌워지며 불매운동 대상이 된 이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엔 경쟁사 비방 댓글 작성 논란,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사건으로 이미지가 악화되고 코로나19 타격을 받으며 11년 만에 매출액이 1조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전년 대비 7.9% 감소한 948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771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올해 2월 남양유업은 사회공헌과 친환경 캠페인 등으로 이미지를 개선시키겠다고 강조했었다. 홍진석 상무가 기획마케팅총괄본부를 신설하며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지난 2월 농협하나로유통과 코로나19 의료진을 후원하는 '덕분우유'를 출시하기도 한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의 실험실 동물세포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효과 연구에서도 77.78% 저감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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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열린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사진= 남양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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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제품력 강조와 이미지 개선을 위한 발표였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체 실험 결과도 아닌 섣부른 발표로 질병 예방·치료 광고를 했다고 보고 남양유업에 세종공장 2달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남양유업이 사과했으나 이미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인 뒤다. 앞서 남양유업이 불매운동을 피하기 위해 상표를 가리며 제품을 판다는 인식에 숨은 남양유업 제품 찾기 앱 '남양유없'도 등장한 터다.

1000여명의 대리점주도 피해를 입게 됐다. 지난 2월 한 대리점주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회사에서 이젠 상생하고 있는데 남양 불매가 지속되고 불매 조장 배포글도 올라오며 매출 타격을 입고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는데 더 어려워지게 된 셈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되는 가운데 남양유업이 허위 광고로 역행한 사례이고 비윤리 경영으로 찍혀 있어 사태가 악화됐다"며 "윤리경영을 강화, 선포하면서 대국민사과를 더 진지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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