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 시한을 앞두고 공개한 사회공헌 계획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개인소장 미술품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은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된다.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하는 수집작품 중 일부. 삼성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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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이 12조원대의 상속세 납부, 거액의 기부, 문화재·근현대미술품의 국립기관 기증을 28일 발표했다. 감염병과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전문병원 설립·연구 등을 위해 1조원을 내놓고, 이 회장 소유의 문화재와 국내외 유명 작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지역 공공기관에 기증하는 내용이다. 상속세 12조여원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이달 말부터 2026년까지 6회에 걸쳐 납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상속세 납부 계획이자 문화재·미술품 기증이며, 유례가 드문 거액의 사재 기부를 통한 사회환원이다. 1조원 기부는 고인의 생전 약속을 실천한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회장은 2008년 ‘삼성 특검’ 직후 대국민 사과를 통해 경영 일선 퇴진을 밝히면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중에서 누락된 세금 등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그동안 모아온 예술작품인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도 눈에 띈다. 국보와 보물 60점이 포함된 문화재와 국내외 근현대미술품의 국공립 미술관 기증은 문화유산과 미술품의 학술적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들 작품으로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화예술계는 이들 문화재와 작품을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가는 이날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생명 등 삼성 계열사 지분에 대한 유족들 배분 내용은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남겼다. 삼성의 지배구조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여서 이 부회장의 지분 확보가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유족들 간 원활한 합의와 시민들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지분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이 회장 재산의 약 60%를 사회에 내놓은 이번 조치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일로 평가할 만하다. 삼성은 이날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이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향후 상속세 납부와 약속한 기부·기증이 차질 없이 이뤄질 때 고인과 유족들의 뜻은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수감된 현 상황을 보듯 삼성은 정경유착 등 부정적 인식을 털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지속적인 사회공헌과 준법경영으로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에 어울리는 투명하고 건강한 지배구조를 갖춘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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