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여당 지도부와 차별화 행보
송 대표는 이날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방명록엔 “자주국방 공업입국. 국가 발전을 위한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박 대통령이 미사일 개발 사업을 선도해 그나마 우리 국방력이 튼튼해졌다”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엔 “3·1 독립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한 대통령님의 애국 독립 정신을 기억한다”고 썼다. “국제 정세를 제대로 본 것은 이승만과 김대중”이란 말도 했다.
민주당에선 앞서 문재인(2015년)·추미애(2016년)·이해찬(2018년) 전 대표도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지만, “예우 차원” “국민 통합 차원”이라고 밝혔을 뿐 따로 방명록을 쓰거나 두 대통령의 공(功)을 직접 언급한 사례는 없었다.
송 대표는 또 이날 동행한 윤호중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 “아들이 ‘유니폼(제복) 입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민주당이 너무 소홀히 한다. 세월호는 막 그렇게 하면서(챙기면서)’라고 하더라”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세월호 가족을 챙기듯 공무 군경도 잘 챙기자는 취지”라고 했다. 송 대표는 지도부와 함께 6·25 전쟁 영웅인 김종오 장군, 손원일 제독 묘역도 참배하며 “손 제독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주역이고, 김 장군은 백마고지 전투의 영웅”이라고도 했다.
송 대표의 이런 행보에 여권 내에서도 “진보 진영의 금기를 깨려는 파격 행보로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번 당 대표 선거 기간 ‘민주당 당명 빼고 다 바꾸겠다’고 한 것처럼 소신 행보로 친문 핵심과의 차별화, 대선 전 중도 끌어안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현충원 참배 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변화’를 강조하며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주셨던 민심을 잘 수용해 민주당이 변화·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기자 간담회에선 “그간 정책도 당보다는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 많았다”며 “당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성 친문들이 ‘속도전’을 강조하는 검찰·언론 개혁과 관련해선 “진행 경과를 보고 당 차원에서 단계적 토의 구조를 상의하겠다”고 했다. 강성 당원의 ‘문자 폭탄’ 문제엔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선의로 해석하고 상처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송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송 대표를 중심으로 원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송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첫 자세 그대로 끝까지 성공시키겠다”고 했다.
계파색이 비교적 옅다는 평가를 받는 송 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 인선에서도 비문(非文)·비주류 인사를 대거 발탁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에 재선 김영호 의원, 대변인엔 의사 출신 초선 이용빈 의원을 임명했는데 모두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이다. 당의 살림을 맡는 사무총장엔 송 대표가 인천시장을 지낼 때 시 대변인을 맡았던 윤관석 의원(3선), 수석대변인엔 한때 손학규계로 통했던 고용진 의원(재선)이 내정됐다. 정책위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4선 노웅래 의원도 비주류 인사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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