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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대선 경선연기론 꺼낸 김두관···"방해하나" 이재명 측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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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6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만나 경선연기론 필요성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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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간 경선룰 싸움의 도화선으로 전망됐던 ‘경선연기론’에 결국 불이 붙었다.

불을 댕긴 건 출마선언을 준비 중인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6일 서울 모처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조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우리 당이 지금 어려운데 대선 경선을 서둘러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헌에 못 박혀 있는 ‘대선 후보 선출은 선거일 180일 전에 해야 한다’는 규정을 바꾸거나 ‘상당한 사유시 당무위 결정으로 달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통해 9월 10일이 시한인 대선 후보 선출 시기를 늦추자는 주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경선연기론은 지난 2월 당내 친문(친문재인) 그룹 일각에서 제기됐다가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채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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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와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가 6일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협의회 회관에서 상장회사CEO 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재명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논의에 대해 "국민들이 양해하는 상황이 선행돼야 대통령이 결심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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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대선일 120일 전 대선 후보 선출’ 규정이 있는데 ‘100일 전’으로 늦추려고 한다” “우리는 ‘대선일 180일 전’에 후보가 선출되는데 너무 일찍 뽑혀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정 전 총리를 설득했다고 한다. 김 의원의 한 측근 인사는 “정 전 총리도 ‘그럴 수도 있겠다. 지도부가 잘 판단할 것이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공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의원은 조찬 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주자 간 합의가 있으면 경선을 미룰 수 있다”며 “2007·2012·2017년 대선에도 대선주자의 대리인이 경선룰을 바꾸는 데 합의하고 당헌·당규에 위배만 안 된다면 대표가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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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날 오후엔 전재수 의원이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대선 180일 전에 후보를 뽑았다간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역동적인 후보 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특정 계파나 후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 재집권을 위한 전략 차원”이라고 말했지만, 노무현 정부 대통령 비서실 제2부속실장 출신인 그는 '원조 친노' 주자인 이광재 의원을 돕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전날 조찬을 이 의원과 함께했다.



2002년 후단협의 기억



경선 연기론은 과거 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됐던 후발 주자들 사이에서 모종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양상이다. 모두가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추격해야 하는 입장에서 시간이 절실한 처지이기도 하지만 이들 사이엔 19년 전에 대한 공통 기억이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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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국회에서 최명헌 후단협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후단협은 정몽준 전 국민통합21 후보를 지지하며 탈당까지 거론하다가 노 전 대통령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후로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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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후보 선출(4월 27일) 직전 56.2%까지 치솟았지만, 그해 10월 중순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30.6%)와 정몽준 전 국민통합21 후보(26.8%)에도 뒤처진 16.8%까지 하락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인제계가 주축이 된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 소속 의원들이 정몽준 전 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노 전 대통령을 흔들어 댄 결과였다. 그 사이 당내 경선 드라마로 인한 컨벤션 효과는 사라졌다. 정 전 총리도 주변에 “누가 후보가 되어도 조기 선출은 득 될 게 없다”는 생각을 드러내며 이때를 떠올렸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당직자 출신의 한 친노 인사는 “당내 기반이 약한 비주류가 후보가 되면 조기 선출의 부작용은 더 커질 수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이 딱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경선연기론자들은 후보 조기 선출을 4·7 재·보선 패배의 주요한 원인으로도 거론한다. 김두관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만 봐도 먼저 후보를 내 맞기만 했다”고 말했고 정 전 총리의 측근인 안규백 의원은 “후보를 천천히 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측 “이 지사 방해 외 목적 있나”



경선 연기의 실현 가능성과 파열음의 크기는 1·2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반응에 달려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 실시 여론조사(5월 3~5일)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이 지사(47%), 이 전 대표(18%), 정 전 총리(4%) 순으로 지지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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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경기시자는 당내 경선연기론에 대해서 불가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당 일각에선 "이 지사도 먼저 후보로 선출되면 상처를 받는 다는 걸 잘 알거다.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냐"(수도권 3선 의원)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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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 측에선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이 지사 측 의원들은 이날 회동을 갖고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한 참석자는 “시스템 정당에서 경선 원칙을 바꾸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후보를 빨리 확정한 뒤 여당으로서 국정을 안정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지사 측 의원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연기론을 꺼낸 건 단지 이 지사를 방해하겠단 뜻 아니겠냐”라고 반발했다.

당 대표 재임 시절 경선 연기론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난 2월 중앙일보 인터뷰)라고 일축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경선 연기론의 공은 차츰 송영길 대표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룰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대선 주자들을 차례로 만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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