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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여권 대선주자들, 호남 끌어안기 이어 친노 구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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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12주기 앞두고 인연 강조

이재명 “대통령 강연 듣고 변호사 길”

정세균 “그동안 몇번 그분 꿈을 꿨다”

이낙연 측 “이 전 대표가 취임사 써”

“12년 동안 한 번도 꿈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뵙지 못했는데, 오늘 새벽잠에서 깰 때 처음으로 긴 시간 꿈을 꿨다. 제가 안아드렸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면서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9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전 ‘2021 사람 사는 세상전(展)’ 개막식에서 한 말이다. 노 전 대통령 12주기(5·23)를 나흘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엔 여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참석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잇따라 호남을 찾았던 두 대선주자는 이번엔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친노 구애전을 벌였다.

유 이사장에 이어 나온 정세균 전 총리는 “저는 그간 노 대통령 꿈을 몇 번 꿨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전 총리는 “유 이사장이 저보다 노 대통령을 더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다시 평가해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며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여당 원내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여당 대표를 지냈다. 그는 또 “여기 종로구는 노 대통령이 15대 보선에 당선됐고 그다음 제가 (19·20대에) 당선됐다”고 했다. 정 전 총리 측은 “현재 대선주자 중 노 대통령의 적통이자, 그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은 정 전 총리뿐”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등장한 이재명 지사는 “저는 사실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면서도 자신의 삶에 노 전 대통령이 끼친 영향을 언급했다. 이 지사는 “사법연수원에서 26세 나이로 현장 개업하는 게 무서워서, 돈도 없고 경력도 없고 먹고살 수 있을까 고민할 때 노 대통령이 강연 와서 ‘변호사는 굶지 않는다’는 명확한 지침을 주시는 바람에 변호사를 개업해 작게나마 시민운동을 해봤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거리로 따지면 친노라 하기 어려운데 정신이나, 살아온 길 등으로 보면 노 대통령하고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최근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와 함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등 친노 인사들과의 관계를 두텁게 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초대됐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잡아놓은 호남 일정 때문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고, 노무현재단 측엔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새천년민주당에 남은 잔류파지만, 그 이전 열린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캠프 대변인을 거처 인수위원회의 당선인 대변인을 지냈다. 이 전 대표 측은 “노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작성한 사람이 이 전 대표다. 이를 평소 가장 자랑스러운 일로 꼽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2002년 당 대변인 시절엔 노무현 후보에 대한 당내 ‘후보 교체론’에 맞서는 논평을 낸 일도 있다.

‘빅3’ 외에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도 노심 쟁탈전에 열심이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서 “저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와 지역 기반을 같이하는, 영남 민주 세력 확장을 위해 노력해 온 전통성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광재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친문 아닌 친노”라 규정하며 “이번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실험, 정치벤처를 20년 만에 재개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12주기 추모제에 빠짐없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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