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의해 목이 눌려 숨진 지 1년이 지났지만, 미국 내 흑인들은 자신들에 대한 경찰의 대우가 오히려 더 악화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미 전역에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확산됐지만, 현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의 과잉 진압에 의해 숨진 것으로 의심되는 제2, 제3의 플로이드 사건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제2, 제3의 플로이드 사건 끊이지 않고 이어져
21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흑인들에 대한 전쟁을 멈추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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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흑인인 앤드류 브라운 주니어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백인 경찰에게 13~14발의 총을 맞고 숨졌다. 경찰은 브라운이 자택에서 1년 넘게 마약을 소량씩 판매해 왔다는 혐의에 따라 체포 영장을 집행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자동차 안에 있던 브라운이 자신들을 향해 돌진해 오려 해서 생명에 위협을 느껴 정당방위로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그 덕에 이들은 기소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경찰의 바디캠 영상을 느리게 재생해 분석한 결과 브라운이 경찰 쪽을 향해 돌진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그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아 도망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두 손이 운전대 위에 있어 경찰에 아무런 위협도 가할 수 없는 브라운의 뒤통수에 경찰이 13발 이상의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유족들은 명백한 ‘처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이 흑인 남성을 잔인하게 폭행해 사망케 한 후 사인을 교통사고로 조작해 유족에게 거짓 통보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2019년 5월 루이지애나 경찰은 교통신호를 위반한 로널드 그린의 차량을 정지시킨 후 그를 차에서 끌어내려 곧바로 전기충격기부터 쐈다.
“무서워요! 무서워요! 나는 당신들의 형제입니다. 겁먹었다고요!” 그린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아랑곳없이 경찰은 그를 바닥에 넘어뜨린 후 목을 조르고 발로 찼다. 그린은 당시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경찰은 그의 두 손과 두 발에 수갑을 채우고 얼굴을 땅에 처박게 했다. 그린은 그 상태로 9분 동안 방치됐다가 병원에 실려갔지만 결국 숨졌다.
이후 경찰은 유족들에게 그린이 경찰의 추격을 피하려다 나무를 들이받고 숨졌다며 사인을 위조했다. 그린이 경찰의 폭행으로 숨졌다는 사실은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한 끝에 2년이 지난 최근에야 현장 바디캠 영상이 공개되면서 밝혀졌다.
21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서 플로이드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꽃들이 광장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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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68% “플로이드 사건 후에도 더 악화돼”
22일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흑인 응답자의 68%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 후에도 경찰의 흑인에 대한 처우가 1년간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개선됐다는 답변은 6%에 그쳤다. 흑인이나 유색 인종 청소년에 대한 경찰의 총격 사건이 더 심각해졌다고 답한 흑인 응답자도 72%에 달했다.
경찰이 차를 갓길에 세우고 검문할 때 흑인 응답자의 14%, 히스패닉 응답자의 9%는 경찰관이 권총이나 테이저건을 꺼냈다고 답했지만, 타인종이 이런 경험을 한 비율은 백인 4%, 아시아계 2%였다. 검문을 당할 때 현장에 더 많은 경찰관이 도착했다고 답한 비율도 흑인 40%, 히스패닉 31%로 백인(22%), 아시아계(13%)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는 미 전역의 성인 1천87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8%포인트다. 지난해 5월 25일 플로이드는 위조지폐범으로 오인돼 체포되는 과정에서 미네소타주 백인 경찰인 데릭 쇼빈에 의해 무릎으로 목을 9분 29초간 짓눌렀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절규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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