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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이동훈의 촉] 서른여섯 이준석이 보수야당 대표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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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촉]



국민의힘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내달 11일 열립니다. 8명이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그에 앞서 예선전 격인 컷오프가 28일 실시돼 당 대표 후보자를 5명으로 추립니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 이전의 어떤 전당대회 보다 국민의 주목도가 높습니다. 젊은 인물들의 바람이 거세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발표된 여론조사들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 지지율은 30.1%로 1위. 그 뒤를 나경원 전 원내대표 17.4%, 주호영 전 원내대표 9.3%로 이었습니다. 2위와 3위 지지율을 합쳐도 이준석 보다 낮습니다. 여론조사업체 PNR조사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이 26.8%로 1위였습니다. 그 뒤로 나경원, 주호영 순이었습니다. 이준석은 국민의힘 지지층,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가운데서 32.8%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다음이 나경원 28.5%였습니다.

이준석 돌풍이 거셉니다. 국민의힘 사람들은 ‘이러다 정말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이준석은 정치권에 들어온지는 오래됐지만 아직 서른 여섯입니다. 세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매번 패했습니다. 0선입니다. 이런 이준석의 등장은 새로운 바람입니다. 국민의힘으로 봐선 굉장히 긍정적입니다. 국민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근래 이렇게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까. 이런 흥행은 이준석, 아울러 70년대생 김웅, 김은혜, 조수진 등 신예들의 공이 큽니다.

이준석 돌풍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4·7재보궐 선거에서 2030세대가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섰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들의 지지를 받아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었습니다. 그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이준석의 기여가 있었다고 봅니다. 언론 노출 빈도가 높은 이준석이 적극적으로 이슈를 만들었습니다. 20대남자, 이남자가 역차별 받는다는 이슈를 적극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젊은 남자들의 공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존 정치권, 기존 야당의 인물들에 대한 염증이 있습니다.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힌 586세대에게 계속 미래를 맡겨도 될까? 그 연장선에서 지금 야당 전당대회가 치러집니다.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과 컴퓨터사이언스를 공부한 이준석은 토론과 논쟁을 즐깁니다. 나이 못지않게 생각과 행동이 젊습니다. 대한민국을 장악한 586기득권 세력에 대한 2030의 반발 흐름 위에 지금 이준석 돌풍이 자리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2022년3월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제1야당의 얼굴이 누가 되는 것이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일 것인가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당 대표를 선택할 것입니다. 만약 이준석이 실제로 당대표가 돼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마주 앉는 그림을 상상해 보십시오. 말 그대로 586세대와 MZ세대의 대면입니다. 민주당으로선 이준석 당대표는 어떤 면에서 재앙일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원들 가운데서도 이런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돌이켜보십시오. 별 차별성 없어보이는 사람들이 출마해 주목받지 못하는 경쟁을 하다 끝나지 않았습니까. 친문,문빠,대깨문들에 장악된 정당, 민주당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전당대회 였습니다. 결국 4·7보궐선거 참패 이후 두 달이 다 돼가는데 민주당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으로 돌아갔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바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준석이 여론조사일지언정 1등으로 나옵니다. 당 대표 선거에서 신구 세대 경쟁이 벌어지면서 역동적입니다. 실제로 서른여섯 보수당 당 대표가 등장한다? 젊은 층에게 ‘수꼴-꼰대’로 비판받던 우파 정당 역사로 보면 천지개벽, 상전벽해 같은 일입니다.

물론 30대 돌풍에 대해 마뜩찮은 분들 많습니다. 이준석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기대반 걱정반이라고 하더군요. 이번 당대표는 대선을 치러야 합니다. 대선 주자를 모시는 조연 역할입니다. 이번 당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연대를 이끌어내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합당도 매듭지어야 합니다. 길고 어려운 후보 단일화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상당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해내기 힘든 일입니다. 대선을 관리할 당대표는 자기 희생이 필요합니다. 노련해야 하고 안정감도 필요합니다. 이준석이 혁신과 개혁의 아이콘이지만 낮고 겸손하게 대선주자를 모실 수 있을지 회의감이 있습니다.

당 대표 선거 본선은 당원투표 70%에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 30%로 치러집니다. 당원 비중이 70%인 상황에서 일반국민 지지만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당원 60%가 영남입니다. 영남에 살지 않지만 영남 연고인 당원들까지 합하면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합니다. 세대로는 50대와 60대 이상이 압도적입니다. 이들의 표심은 일반 국민의 표심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야당 관계자들은 ‘이준석을 언론이 적극적으로 띄워주지만 실제로 당대표는 나경원 대 주호영 게임이다’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준석이 여론몰이를 통해 국민의힘 당원들을 설득할 가능성 작지 않습니다.당원들도 얼마든지 전략적 선택을 통해 민심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현장투표 없이 모바일로만 진행하는 것도 변수입니다. 저는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쨌든 신구세대가 맞붙는 보수정당의 역동적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일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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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이동훈의 촉’ 유튜브에서 감상하십시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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