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방송에 故 손정민 父 '정정보도 요청'
시청자 게시판 '허위사실', '편파방송' 방송 폐지 요구 봇물
반진사 측 "토끼굴 근처 차량 블랙박스·CCTV 영상 제보해달라"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프로그램 당장 폐지해라!" , "허위사실 유포 사과하세요!"
故 손정민 씨 죽음 의혹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 방송편이 허위사실 보도 논란에 휩싸였다. 손 씨 부친은 물론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은 아예 프로그램을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송에 출여한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등 전문가들의 분석 역시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그알' 시청자 게시판에는 원색적 욕설과 함께 보도 내용을 믿을 수 없다는 취지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한 시청자는 "익사 사건중 상당수가 규명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프로파일러들이나 전문가들 동원하면 다 밝혀집니까!"라며 29일 방송 내용을 비판했다.
이날 방송된 '그알'에서 프로파일러 출신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손 씨 사망과 관련해 타살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강 공원은 24시간 목격자들이 넘쳐나는 곳"이라며 "탁 트인 공간에서 살인의 고의를 가진 자가 남들이 보는 상태에서 살해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도 "범죄는 동기가 분명해야 하고 그다음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동기와 기회 부분들이 한강에서는 가능성이 낮다"면서 "범죄를 계획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인다"라고 밝혔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역시 "익사로 타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려면 그 사람도 물에 흠뻑 젖어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손 군 친구 A 씨도 물에 젖어 있었다는 모습은 관찰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20년간 1500여건의 부검을 담당한 서울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타인에 의한 익사, 강압에 의한 익사를 판단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가슴, 어깨, 목 부위에 압력이라든지 이런 손상이 중요하다"면서 "(손씨 시신에는) 억압이나 제압한 흔적은 없다"라고 분석했다.
故손정민 씨 죽음 의혹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 방송편이 허위사실 보도 논란에 휩싸였다. 손 씨 부친은 물론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은 아예 프로그램을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sbs '그알' 시청자 게시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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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손 씨의 부친 손현씨는 그알 방송 내용을 반박하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손씨는 31일 새벽 자신의 블로그에 '그알'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지난 29일 방송된 '의혹과 기억과 소문-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 편의 일부 내용을 반박했다.
손씨는 "주말에도 우리를 싫어하는 '그알' 방송이 나오고, 오늘 그거 대응 좀 해야 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발견됐다고 하고 쉴 틈이 없다"면서 "핸드폰은 어디서 발견됐고 언제 습득했는지가 중요한데 잘 파악이 안 되는 느낌이다, 두고 봐야겠다"고 비판했다.
또 손씨는 '친구 A씨 실제 대화 음성'이 담긴 장면을 캡처해 올리며 "이게 제일 중요하다. 아래 자막에서 정민이는 우리 정민이가 아니다"라며 "다른 친구 **이가 있는데 의도적인지 실수인지 정민이로 자막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알' PD에게 수정요청했는데 답이 없고 아직도 안 바뀌어 있다. 마치 둘이 술 마신 적이 있고 우리 정민이가 뻗었는데 A씨가 챙겨준 거처럼 오해하게 돼 있다. 절대 정민이 아니다. 이거 실수라고 하기엔 부적합하다. 다시 한번 정정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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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손씨는 "'그알' 방송 이후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SBS의 천적인 유튜브에 현혹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면서 "대단한 이분법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인지, 유튜브와 싸우고 싶다 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한편 손 씨 사건과 관련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가 지난 29일 열렸다. 네이버 카페 '반포한강공원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회원들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사건 당일 목격자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반진사 측은 "현재 경찰은 실종 사건이 일어난 인근 CCTV 126대와 당시 한강공원에 출입했던 차량의 블랙박스 등을 분석하고 있으나 그날의 사건을 재현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반진사는 경찰이 놓쳤을 수도 있는 아주 작은 진실의 실마리를 한 가닥이라도 찾고자 하는 마음에 모였다"며 "4월 25일 오전 12시부터 6시 사이 반포한강공원에 야구점퍼와 반바지를 입은 남학생(손씨 친구 A씨)을 목격하거나 토끼굴 근처에 주차한 차량 블랙박스나 CCTV 동영상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저희에게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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