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등록 대상, 모든 직원 확대
투기하면 2급 고위직 승진 배제
퇴직자에 대한 규제·감시 강화
다만 '해체' 수준의 개편안 빠져
당정 이견…국민신뢰 회복 의문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며 LH 투기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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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류태민 기자] 정부가 7일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은 LH 조직 자체의 권한과 인력을 줄이는 대대적인 구조 조정안을 담고 있다. 2009년 LH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업무와 인력을 확대하며 방만해진 조직이 신도시 땅 투기 등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촉발했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신도시 땅투기 사태 초기 정부와 여당이 장담했던 ‘해체’ 수준의 대대적인 조직개편 방안은 이번 혁신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개편안을 둘러싼 당정과 지간 의견 차이가 워낙 큰데다, LH 조직을 큰폭으로 개혁할 경우 당장 주택공급 확대를 이끌 대체 조직이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반영된 결과다.
공무원보다 더 센 이중, 삼중 규제·처벌
정부는 혁신안을 통해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가능성을 이중, 삼중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우선 LH 임직원은 실제 사용 목적이 아니면 아예 토지 취득이 엄격히 금지된다. 불가피한 경우라도 취득 경위와 목적을 신고해야 한다. LH 재산등록 대상은 현재 사장 등 임원급 7명에게만 적용되던 것을 1만명에 달하는 모든 직원으로 확대한다.
특히 국토부는 LH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1회 부동산 거래 조사를 실시한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투기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실사용 목적 외의 주택과 토지를 소유하면 2급 이상 고위직 승진을 배제하고, 토지거래 제한 위반으로 기소만 당해도 직원면직 시킨다. 이는 성폭력·성희롱과 동일한 수준의 제재다.
정부는 LH가 국민 신뢰를 크게 상실한 것을 고려해 내부 통제장치도 강화하기로 했다. 토지사업기획 등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투기 가능성이 큰 부서를 특별관리하고, 직원들이 일정기간 이상 근무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LH 임직원을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준법감시관제도 신설한다.
이번 사태로 논란을 일으킨 LH 임직원에 대한 불이익도 강화한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는 물론 SNS를 활용한 국민 공분 조장, 부동산 투자 일타강사 사건, 비하발언 등과 관련된 모든 행위자들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1급 이상을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퇴직자가 투기에 나설 경우 방법이 없다는 지적을 고려해 취업제한 대상자를 2급 이상으로 확대하고 퇴직자가 있는 기업은 5년간 LH와의 수의계약을 제한한다. 심지어 퇴직자는 LH 본사·지역본부의 출입도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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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은 빠져…당정 이견 계속
관심사는 이번 혁신방안에서 빠진 조직개편안이다. 당정은 그동안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분리(수평분리·1안) △LH에 토지·주택 공급 업무를 그대로 두고 주거복지 업무만 분리(주거복지공단 신설·2안) △LH를 주거복지공단 산하 자회사로 축소하는 안(수직분할·3안) 등 3개 안을 검토해왔지만 이견이 커 결론을 내지 못했다.
1안의 경우 토지와 주택업무를 분리해 2·4대책 등 공급확대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고, 2안은 주거복지 기능 분리로 서민 주거복지 정책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는 2·4대책의 원할한 수행과 주거복지 기능 강화 등의 장점을 내세우며 3안을 밀고 있지만 국회 논의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더욱 명확하게 회사가 분리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우선 위 3가지 안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추후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혁신안, ‘효율성 의문’ 지적도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을 두고 대체적으로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권한 배분과 조직 효율화 등에서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정부와의 협조와 분업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전혀 고려가 안됐고 장기적으로는 다시 방만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부가 택지 업무를 다 맡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신도시 등을 추진할 때 많은 인력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 혁신과정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혁신안에 대해 "토지 및 주택 개발의 기획과 사업추진을 담당하는 기관에 적용할 당연한 제도"라고 말했다. 조직개편 방안이 미뤄진 것에 대해선 "여론을 의식해 졸속으로 정하는 것보다 낫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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