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접대, 스폰서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사진)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근거가 된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검찰이 법정 증언이 예정된 증인을 미리 면담했기 때문에 법정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10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김 전 차관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보석 청구도 허가해 김 전 차관은 불구속 상태로 파기 환송심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검사가 증인 신문할 사람을 면담한 뒤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면, 면담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 암시 등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돼야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검사는 1심과 원심 두 차례에 걸쳐 증인 신문 전에 A씨를 불러 면담했고, A씨는 자신의 검찰 진술조서 등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검사에게 법정 증언 사항을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또 "직후 이뤄진 증인 신문에서 수원지검 사건과 차명 휴대전화와 관련한 종전 진술을 번복했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점점 구체적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답변 유도나 암시 등 영향을 받아 종전 진술을 공소사실에 부합하도록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법정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인 진술 등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증인 사전면담은 검찰사건사무규칙에 근거한 적법한 조치"라며 "해당 증인을 상대로 한 회유나 압박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파기 환송심에서 유죄를 입증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검찰은 '김학의 사건' 재조사뿐 아니라 공소 유지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받은 셈이 됐다. 수원지검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가 위법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2006~2008년 뇌물을 받은 혐의, 원주 별장·오피스텔 등에서 성접대를 받은 혐의, 스폰서 B씨에게 49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의혹이 제기된 지 6년여 만인 2019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윤씨에게 성접대와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지났으며, 스폰서 뇌물 혐의에 대해선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했다. 반면 2심은 B씨에게 받은 뇌물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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