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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정치권 강타한 ‘0선’ 돌풍…제1야당 대표도 차기 대선 유망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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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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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0선(選)’의 전성시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전당대회 승리 후폭풍이 정치권에서 계속되고 있다. 여야의 차기 대선 주자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현역 의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크다. 여권 관계자는 “국회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거센 바람으로 현실화 된 것”이라고 했다.

● 기성 정치권 불신에 2030 분노까지 가세

이 대표는 서울 노원병에만 세 번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이 지사도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2008년 18대 총선 경선에서 패하는 등 국회의원 선거와는 인연이 없었다. 윤 전 총장은 아예 선거 출마 경험 자체가 없다.

그러나 이 대표는 102석 제1야당의 수장이 됐고,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다른 대선 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만약 두 사람 중 한 명이 내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첫 ‘0선 대통령’이 된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인사들의 약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13일 “대통령이나 정당의 대표가 되는데 의원 경험이라는 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고 했다. 2016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각각 당선된 것처럼 외국에서도 이미 시작된 흐름이라는 것.

박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가장 인기가 있었을 때는 그가 처음 정치권에 등장했던 10년 전이었다”며 “정당과 국회를 경험할수록 인기가 떨어졌다”고 했다. 국회 경험을 통해로 대중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기 보다는, 국회 바깥에 있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더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 전환 논란, ‘조국 사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등으로 촉발된 불공정 논란도 ‘0선’ 인사들의 약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4·7 재보궐 선거를 통해 입증된 사실은 기성 정치권에 불만을 느낀 2030세대가 스스로 정치 세력화에 나섰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이 대표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2030세대의 변화 요구는 향후 대선에서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 위기의 여권 “이대로라면 무난히 진다”

‘0선’ 인사들의 약진은 집권 여당도 덮치고 있다. 민주당 양향자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당이 대선에 이기기 위한 젊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했다”며 “30년 반도체 전문가에게조차 ‘초선이 무슨 위원장이냐’하던 우리 민주당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 의원은 새 지도부 선출 뒤 당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아야 했다. 양 의원은 “우리 민주당, 지금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 무난히 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13일 이 대표 당선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청년정치가 마치 만능해결사 또는 만병통치약인양 한껏 추켜세운다”며 “광풍”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시행착오와 좌절, 과오는 송두리째 부인되거나 폐기시켜야 할 것이 아니라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돌풍’을 계기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여권 대선 주자들은 “현재 40세인 대통령 피선거권을 낮추자”며 개헌을 들고 나섰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2030세대의 마음을 얻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 여당 의원은 “현재 개헌 논의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힘을 빼고 국회에 많은 권한을 주자는건데, 국회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호응이 있겠느냐”며 “국회의원 경험이 왜 반감으로 이어지는지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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