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대법원 앞 회견
병역거부로 대체복무 심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임진광씨(가운데)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대법원은 이날 비폭력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남성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확정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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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좁은 문이고 갈 길이 멀구나 생각했는데, 오늘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인정받는 변화가 이뤄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비폭력·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30대 정모씨의 무죄가 24일 확정되자 군인권센터,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씨의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기자회견에서 “한국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논의가 20년 넘게 이루어지고 현재 어느 정도 제도화되었지만, 실제 병역거부자 대부분이 여호와의증인이어서 특정 종파의 문제처럼 다뤄져왔다. 판례 변경 후에도 여호와의증인이 아니면 대체로 무죄가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씨는 자신의 무죄가 확정된 이날 다른 용무가 있어 대법원에 나오지 못했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헌법재판소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3년이 지났고, 국회에서 대체복무 관련 법을 만든 것도 1년 반이 지났다”며 “그런데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는 병역거부자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의 결정으로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병역거부자들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을 오가며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공격적인 질문에 시달리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병역거부로 재판을 받고 있는 진광 활동가는 “유죄·무죄를 떠나 모든 재판이 끝났다는 것 자체를 축하한다”면서 “아직 재판도 대체역 심사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대안 대학에서 페미니즘을 접했고, 학교 안팎의 성별 불균형과 관련된 문제를 공론화하다 병역을 거부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양심’이 형성된 과정을 이야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진광 활동가는 “2019년 9월3일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뒤 불안정한 2년을 보냈고, 고발을 당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으며 스스로 의심하고 위축된 시간을 보냈다”며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 될수록 제 스스로를 ‘잘못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이 바뀐 것 같아도 저처럼 병역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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