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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블 맛집’…여전사 ‘블랙 위도우’가 열어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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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

‘블랙 위도우’ 개봉 이어 3편 대기

2년만에 영화·드라마 ‘마블 풍년’

11년 걸쳐 진행된 페이즈1·2·3

슈퍼히어로물 세계관 무한대 확장

페이즈4 첫영화 ‘블랙 위도우’

후속작엔 아시안·흑인 히어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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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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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7일, 마침내 <블랙 위도우>가 개봉한다. 작년 5월 개봉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를 거듭하다 1년이 지났고, 2020년은 한 편의 마블 영화도 개봉하지 못한 해가 되었다. 그 덕에 올해는 <블랙 위도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무려 4편이 개봉한다. 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는 올해 초부터 마블의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드라마 <완다비전>과 <팔콘 앤드 윈터 솔져>를 공개했고, 지금 <로키>를 방영 중이다.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의 ‘인피니티 사가’는 2019년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막을 내렸고, <블랙 위도우>로 페이즈4가 시작되며 새로운 연대기에 들어서게 되었다.

잠깐, 그런데 페이즈4는 대체 무엇일까? 이미 나온 페이즈 1·2·3의 구분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마블 슈퍼히어로를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상식이겠지만 가끔 보는 정도라면 헷갈릴 수 있다. 마블은 첫 작품인 <아이언맨>을 시작할 때부터 이야기를 종으로, 횡으로 엮기 시작했다. <아이언맨>의 마지막에 실드의 수장인 닉 퓨리를 등장시키고, <아이언맨2>에서는 블랙 위도우가 조연으로 출연한다. 각각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연결하면서 만들어지는 커다란 단락을 페이즈라고 할 수 있다. 소설로 따지면 1장, 2장 정도라 할까. 페이즈1의 마지막은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가 모여 외계의 적과 싸우는 <어벤져스>였다. 페이즈2의 끝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페이즈3이자 인피니티 사가의 대단원은 두 편으로 구성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었다.

영화에서 속편을 만들 때 처음부터 기획된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반지의 제왕> <트와일라잇>처럼 원작이 있다면 당연히 후속편이 나오겠지만, 1편이 성공한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들거나 프리퀄, 외전이 나오거나 하면서 확장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속편이 거듭되면 점점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지고 아예 모든 것이 산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분노의 질주>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그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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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위도우> 포스터. 주인공 스칼릿 조핸슨.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은 다르다. 1990년대 말,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스파이더맨> <엑스맨> <판타스틱4> 등 인기 캐릭터의 판권을 팔아치운 마블은 2000년대 초반 슈퍼히어로 영화의 질주를 보며 마블 영상화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다. 첫 시도는 아니었다. 이미 1970~80년대부터 마블은 코믹스의 영화화에 꾸준히 도전했다. <아이언맨>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귀네스 팰트로라는 아카데미 수상 배우들을 ‘감히’ 슈퍼히어로 영화에 기용하며 액션과 유머, 감동을 적절하게 섞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마블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엠시유)를 전개해나갔다. 페이즈1에서는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져>로 슈퍼히어로를 하나씩 알려주고, <어벤져스> 마지막에 ‘인피니티 사가’의 최종 보스인 타노스를 잠깐 드러낸다.

페이즈2에서는 스칼릿 위치, 앤트맨, 윈터 솔져, 비전 등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선보이는 한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통해 마블의 무대를 우주로 확장시킨다. <어벤져스>에서 슈퍼히어로가 싸우는 적은 로키가 이끄는 치타우리 종족이다. 어벤져스가 지구의 빌런들과 싸우는 것만이 아니라 타노스를 비롯한 수많은 우주의 존재들과 대결할 것을 예고한 것이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슈퍼히어로 영화인 동시에 탁월한 첩보 영화였다. 캡틴 아메리카의 절친인 버키-윈터 솔져를 부활시키면서 슈퍼히어로의 세계가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을 넘어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서로의 관계를 되짚어봐야 하는 혼돈의 시대임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인피니티 사가’는 아이언맨으로 시작하여 캡틴 아메리카로 끝나는 구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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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시리즈.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페이즈3의 시작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다. 원작 코믹스의 <시빌 워>는 슈퍼히어로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거대한 내전을 벌이는 스토리였지만, 영화에서는 약간 스케일을 줄였다. 그럼에도 심각한 주제는 지킨다. 슈퍼히어로와 빌런이 싸우는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자들이 나온다. 도시를 쑥밭으로 만드는 전쟁만이 아니라 소규모 전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자 미국과 각국 정부에서는 국제기구를 통해 슈퍼히어로의 활동을 통제하려 한다. 아이언맨은 현실을 인정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반대한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나치와 싸웠던 캡틴 아메리카는 원칙주의자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에는 동의할 수 없다. 페이즈3은 슈퍼히어로의 세계가 단일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저마다 사상과 가치관이 다르고 목적도 다르다. 일방적인 선도,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말살하는 거대한 적이 공격한다면 지금 힘을 합치겠지만 일상에서 모두가 하나의 길을 선택할 수도, 갈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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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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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에 걸친 ‘인피니티 사가’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막을 내렸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는 죽거나 은퇴했다.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영리하고 준비성 많은 마블은 이미 페이즈3에서 다음 수순을 준비해왔다. 마법사인 닥터 스트레인지는 과학, 초능력, 돌연변이 등의 슈퍼히어로물에서 새로운 영역을 전개한다. 이제는 저승과 악마, 영혼까지도 슈퍼히어로물에서 나올 수 있다.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는 ‘양자 영역’이 등장했다. 아원자 상태로 작아진 세계에는 시공간이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등장한 ‘멀티버스’가 페이즈4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마블은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하는 슈퍼히어로 드라마의 설정, 캐릭터, 스토리가 영화와 엮이면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첫 작품인 <완다비전>은 거대한 마법 능력을 가진 스칼릿 위치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파괴된 비전을 살려내고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내용이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미국 시트콤 내용과 형식을 패러디하며 진행된 <완다비전>은 슈퍼히어로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초월적인 능력을 가졌지만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슈퍼히어로의 갈등과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마법사로서 완전히 각성한 스칼릿 위치는 2022년 개봉하는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에 주연으로 나오며, 본격적으로 ‘멀티버스’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로키>에서는 시간을 넘나들며 멀티버스의 안정을 추구하는 티브이에이(TVA)라는 조직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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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홈커밍>.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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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 실사영화에서 골치 아픈 문제 하나는 캐릭터의 지속성이다. 코믹스에서는 수십년이 흘러도 토니 스타크, 피터 파커, 스티브 로저스가 계속 나온다. 실사에서는 배우가 나이 들거나 죽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를 계속 연기할 수 없다. 과거의 방식은 리부트였다. <스파이더맨>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리부트되고, 다시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만들어졌다. 코믹스에서도 캐릭터가 진부해지면 리부트를 하거나, 다른 인물에게 마스크를 씌우거나 슈트를 입혀 오리지널을 계승하거나, 멀티버스를 이용한다.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팔콘 앤드 윈터 솔져>에서는 은퇴한 스티브 로저스를 이어 팔콘이었던 샘 윌슨이 2대 캡틴 아메리카가 된다. 올해 12월 개봉 예정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는 역대 스파이더맨을 연기했던 토비 매과이어와 앤드루 가필드가 출연할 예정이다. 페이즈4에서는 그동안 만들어진 마블의 영화와 드라마들을 다 끌어안을 수 있는 멀티버스가 시작되는 동시에, 코믹스에서 펼쳐진 엄청나게 다양하고 독특한 설정과 스토리를 영화에서도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뜬금없는 설정이라도, 또 하나의 멀티버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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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위도우>에서 옐레나 베롤바역을 맡은 플로렌스 퓨.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페이즈4에서는 앞으로 10여년간 펼쳐질 엠시유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블랙 위도우>의 시간대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다. 페이즈3에 속하는 시간이지만, <블랙 위도우>에서는 나타샤 로마노프의 후계자로 플로렌스 퓨가 연기하는 옐레나 벨로바가 부각될 것이다. 즉 ‘인피니티 사가’의 페이즈1에서 등장했던 1세대가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로 교체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9월 개봉을 확정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는 마블의 첫번째 아시아 슈퍼히어로가 등장하고, <이터널스>는 인류의 시작부터 함께한 이터널스 종족을 통해 세계관의 확장을 가져올 것이다. 내년에 개봉할 <토르: 러브 앤드 썬더>에서는 새로운 여성 토르가 되는 제인 포스터에게 묠니르가 넘겨지고, 디즈니플러스에서는 아랍계 여성 히어로 <미즈 마블>과 여성 헐크인 <쉬헐크>, 2대 여성 호크아이의 <호크아이>, 흑인 여성의 <아이언하트>가 나오면서, 슈퍼히어로 유니버스의 다양성과 확장은 페이즈4에서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페이즈4의 마지막 영화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페이즈의 끝이 ‘어벤져스’가 아닐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마블에는 청사진이 있겠지만 아직은 종착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피니티 사가’ 이후 새롭게 등장한 슈퍼히어로들이 모일 수 있는 어떤 무대는 필요할 것이다. 젊은 마블 슈퍼히어로의 활약을 더 많이, 빨리 보고 싶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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