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은 아프간 국민의 책임” 냉정한 바이든 철군 못 박기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바이든 "아프간 미군 임무 8월 31일 만료"

9·11 주범 빈 라덴 제거, 10년 전 목표 이뤄

"중국 부상 등 새로운 위협 대처해야"

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에 관해 밝히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다음 달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다. 미국이 2001년 9ㆍ11테러 직후 테러 조직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고 테러를 뿌리 뽑겠다는 명분으로 동맹과 아프간을 침공한 지 20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미군은 아프간에서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미군 임무는 8월 31일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 라덴을 제거하고, 알카에다가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뤘다고 했다.

미군 철수로 아프간이 혼란해진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시종일관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계속 머물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물어보겠다. 몇 명이나 더? 미국의 딸과 아들이 몇천명이나 더 위험에 처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철군의 정당성도 옹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국가 건설을 위해 아프간에 간 것이 아니다”라면서 “아프간 사람들의 미래와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프간 국민만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빈 라덴을 제거한 10년 전에 미국이 아프간에서 빠져나와야 했다고도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년의 경험이 말해주고 현 상황이 그걸 확인해준다. 아프간에서 1년만 더 싸운다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 무기한으로 아프간에 머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를 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이든의 아프간 철군 결정은 미국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철군 결정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5월 퀴니피엑 설문조사에서 미국인 62%가 철군을 지지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반대(29%)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의회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초당적으로 철수를 환영하고 초당적으로 반대한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와 ISIS의 재등장이 미국 본토와 동맹을 직접 위협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재앙이니 큰 격변에 대비하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진 셰힌 상원의원은 “탈레반의 부활과 그들의 폭력과 억압에 취약한 지역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는 궤적을 따라가고 있다”면서 여성의 권리를 증진하고, 목숨을 건 동맹의 안전을 보장하고, 가족의 안전을 지지하기 위한 계획을 요구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미군이 떠난 뒤 6~12개월 안에 아시라프 가니 행정부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미군이 철수를 시작한 뒤 탈레반이 아프간 전체의 3분의 1을 장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쏟아야 할 자원, 즉 자금과 인력, 관심을 이제는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며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 태평양 전략 등 미국의 관심과 핵심 이익이 중동에서 아시아로 넘어오는 것과도 관련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20년 전 세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에 묶여있을 여유가 없다"면서 "우리는 오늘의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등 다른 국가와 새로운 전략적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강점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군사적으로는 철수하지만, 인도주의적 지원 등 외교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외교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며, 국제공항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통역사 등으로 활동하며 미군에 협력했던 아프간인들에게는 미국으로 이주를 주선하기로 했다. 미군 협력자는 약 9000명에서 1만6000명으로 추산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