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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언론 탄압과 가짜뉴스는 역사와 진실을 가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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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홍콩의 대표적 반중매체 빈과일보의 폐간 전 `마지막 신문`을 사려는 시민들이 지난 6월 24일 시내 가판대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한 여성이 폐간호 1면을 들어 보이고 있다. 빈과일보는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1주년을 엿새 앞두고 이날 마지막 신문을 발행하며 창간 26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사진=홍콩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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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75] 홍콩의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가 6월 24일 사실상 강제 폐간되며 새삼 언론 자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빈과일보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지 1년 만에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과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자수성가 기업인으로 이 신문을 창업한 지미라이가 보안법 위반으로 복역 중이고 6월 초에는 편집장 5명이 체포됐습니다. 중국 공산당에 날을 세우며 홍콩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언론의 몰락을 전 세계 사람들이 안타깝게 바라보았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언론의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독버섯만큼 위협적인 언론의 적은 바로 가짜뉴스입니다. 언론의 탈을 쓰고 특정 정파를 옹호하고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하며 언론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입니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사회에서 언론은 제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옥석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들어 정확한 정보 전달을 차단합니다. 유언비어와 근거 없는 뉴스가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사회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갑니다. 명확한 사실과 논거를 바탕으로 위험을 알리고 경고하는 언론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이를 틈타 탐욕스러운 권력가와 사기꾼이 득세합니다. 이들이 주도하는 사회나 국가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는 없겠지요.

다행스러운 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곳에서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진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들은 결국 승리하게 돼 있습니다. 진(晉)나라의 역사 기록자인 태사 동호는 죽음을 무릅쓰고 군주를 시해한 권력자 조돈을 역사의 심판대에 올렸습니다. 조돈이 자신이 직접 군주를 죽인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자 동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군주가 시해될 때 당신은 최고 권력을 가진 정경으로 국내에 있었고 범인을 처벌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실제 시해한 자는 당신이오." 이 사건을 '동호직필'이라고 하는데 똑같은 일이 50여 년 후 제나라에서도 벌어집니다.

제장공은 폭력과 쾌락을 숭배하는 개차반이었습니다. 싸움을 잘하는 장수들을 모아 근위병으로 삼았습니다. 제후국을 발아래 두겠다는 야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성이나 실력은 한참 모자랐습니다. 무엇보다 성적 쾌락을 탐닉하며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자신을 군주로 세운 최저의 아내 당강을 탐했던 것이었죠. 그는 최저의 집을 드나들며 불륜을 저질렀습니다. 당강은 감히 군주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불륜에 응했습니다. 장공이 아내와 사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최저는 당연히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섣불리 행동할 수는 없었습니다. 상대가 절대 권력자인 군주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드디어 복수할 기회를 잡습니다. 최저는 자신이 중병에 걸렸다며 장공을 집으로 유인합니다. 장공은 문병을 이유로 최저 집을 방문해 당강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최저의 덫에 걸려든 것입니다. 장공은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최저의 음모를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최저의 집에서 당강을 기다리며 유치한 사랑가를 부르기도 합니다. 바로 그때 곳곳에 매복했던 최저의 사병들이 장공을 공격합니다. 장공은 담을 넘어 필사적으로 도주하려고 했지만 결국 화살을 맞고 떨어져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최저는 장공의 세력을 재빨리 제압하고 정권을 잡습니다.

이 대목에서 진실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태사 백은 제장공이 살해된 사건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최저가 임금 광(장공)을 시해했다." 최저는 자신이 반역자로 기록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태사 백에게 글을 고치라고 강요했습니다. 태사 백이 말을 듣지 않자 그를 죽였습니다. 태사 백에게는 중, 숙, 계 3명의 동생이 있었습니다. 중이 태사직을 맡아 똑같이 기록하자 최저는 그도 살해합니다. 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막내 동생인 계의 기록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형제들의 강직함에 질린 최저가 묻습니다. "네 형 세 사람이 모두 죽었다. 너는 생명이 아깝지 않냐? 만약 기록을 바꿔주면 내가 너를 살려주마." 이에 대한 대답은 왜 역사가나 언론이 목숨을 걸고 진실을 알려야 하는지 말해줍니다. "사실에 근거해 정직하게 기록하는 것이 사관의 직분이오. 직분을 버리면 사는 것은 죽는 것만 못하오. 지난날 조천이 진영공을 시해했을 때 태사 동호는 조돈이 정경 직에 있으면서도 역적을 토벌하지 않았음을 알고 '조돈이 자신의 임금 이고(영공)를 시해했다'고 썼소. 그럼에도 조돈은 이를 탓하지 않았으니 그는 사관의 직분을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오. 지금 내가 쓰지 않아도 천하에 반드시 진실을 쓸 사람은 있을 것이오. 또한 진실을 쓰지 않았다고 당신의 잘못된 행동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오.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오. 이런 까닭에 나는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이오."

이 말에 최저는 손을 들었습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죽간을 계에게 던지며 몇 마디 변명을 늘어놓고는 떠납니다. 계는 죽간을 들고 나오는데 태사인 남사씨를 만납니다. 부랴부랴 온 이유를 묻자 남사씨가 대답합니다. "그대의 형제들이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최저가 군주를 시해한 일이 묻힐까 두려워 사실을 기록할 죽간을 들고 오는 것이오." 계는 진실이 담긴 죽간을 남사씨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절대 권력자가 일시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는 있습니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진실을 잠시 덮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진실을 기록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것을 보존해 전할 것입니다. 언론 탄압과 가짜뉴스는 결코 진실을 가릴 수 없습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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