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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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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티탄'... 28년 만에 여성 감독이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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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리아 뒤쿠리노 감독 역대 두 번째 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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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쥘리아 뒤쿠리노 감독이 '티탄'으로 제7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트로피를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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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두 번째로 여성 감독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28년 만이다.

제74회 칸영화제는 17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시상식에서 경쟁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프랑스 영화 ‘티탄’의 쥘리아 뒤쿠리노(38)에게 수여했다. 여성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이 받은 이후 처음이다.

‘티탄’은 공포영화다. 어렸을 때 자동차 사고로 머리에 티타늄 조각이 남은 여성 연쇄살인범이 차량과 성관계를 맺고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급진적인 작품”(미국 연예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 “영화제 사상 가장 거칠고, 가장 섹시하며, 가장 폭력적인 영화”(프랑스 뉴스통신 AFP)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인 미국 감독 스파이크 리는 “캐딜락이 여성과 관계를 맺는 첫 영화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천재인 동시에 미치광이 영화”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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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프랑스 영화 '티탄'. 칸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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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쿠리노 감독은 2016년 첫 장편영화 ‘날 것’을 선보인 신예다. ‘티탄’은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프랑스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것은 2015년 ‘디판’(감독 자크 오디아르) 이후 6년 만이다.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단은 사상 처음으로 흑인이 위원장을 맡고, 여성 심사위원이 최초로 과반(9명 중 5명)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뒤쿠르노 감독은 수상 후 “어린 시절 매년 칸 시상식을 보며 무대에 오른 저 영화들은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오늘 내가 같은 무대에 있지만 내 영화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영화가 괴물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다양성을 불러내고 괴물을 받아들여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뒤쿠르노 감독은 "내가 받은 상이 내가 여성인 것과는 관련이 없길 바란다"며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성 수상자가 뒤를 이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 이란 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영웅’과, 핀란드 감독 유호 쿠오스마넨의 ‘컴파트먼트 넘버6’가 공동 수상했다. 개막작 ‘아네트’를 선보인 프랑스 감독 레오 카락스가 감독상을,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와 시나리오작가 오에 다카마사가 각본상을 각각 받았다. 심사위원상은 이스라엘 감독 나다브 라피드의 '아헤드의 무릎'과, 태국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메모리아'가 함께 가져갔다. 최우수남자배우상은 호주 영화 ‘니트람’(감독 저스틴 커젤)의 케일럽 랜드리 존스, 최우수여자배우상은 노르웨이 영화 ‘더 워스트 퍼슨 인 더 월드’(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레나트 라인스베가 각각 차지했다.

이날 시상식은 심사위원장인 리 감독의 잇단 실수 때문에 김빠진 모습을 연출했다. 리 감독은 시상식 서두에 최우수남자배우상만 발표하도록 돼 있었는데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공개했다. 장내 사회자가 실수를 무마하려고 애썼으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리 감독은 황금종려상 공식 발표만 남은 상태에서 “인생에는 두 번째 기회가 있기 마련”이라며 수상작을 다시 언급해 실소를 자아냈다. 시상자인 미국 배우 샤론 스톤의 발표 기회를 가로챘기 때문이다.

올해는 경쟁 부문 외에도 주요 부문 최고상을 여성 감독들이 휩쓰는 기록도 썼다.단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세상의 모든 까마귀들'의 탕이 감독, 주목할 만한 시선 그랑프리 수상작인 '움켜쥐었던 주먹 펴기'의 키라 코발렌코 감독, 황금 카메라상 수상작인 '무리나'의 안토네타 알라맛 쿠시야노비치 감독 모두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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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이 17일 제74회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시상한 후 수상자인 노르웨이 배우 레나트 라인스베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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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는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되지 못했으나 영화제 내내 한국 영화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봉준호 감독이 6일 개막식에 깜짝 등장해 개막 선언을 했고, 시상식에선 이병헌이 최우수여자배우상 시상을 했다. 송강호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시선을 끌었다. 한국 영화는 비경쟁 부문에서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 올해 만들어진 프리미어 부문에서 ‘당신 얼굴 앞에서’(감독 홍상수)가 각각 상영됐다. 학생 단편 경쟁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는 윤대원 감독의 ‘매미’가 2등상을 받았다. 지난해 칸영화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선정작만 발표하고 행사를 열진 못했다. 올해 영화제는 5월에 열리던 예년과 달리 코로나19 영향으로 7월에 개최됐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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