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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박원순이 철거 약속한 ‘세월호 시설’… 與 “보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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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유족 찾아가 “보존가치 있어” 이낙연 “철거에 분노”

유족들은 광장공사 위해 서울시의회 건물로 임시 이전 추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26일 시설 존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기억공간 철거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를 위해 추진했던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1년 만에 유족 입장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 방침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나온 것이다. 다만 유족들은 이날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와 협상을 통해 중재안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광장 공사를 위해 기억 공간 내부 물건을 서울시의회 건물로 임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철거시한 닥치자 ‘세월호’ 찾은 송영길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오른쪽에서 둘째) 대표가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아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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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기억공간을 방문해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던 일정으로, 민주당 공보국은 오전 11시쯤 출입 기자단에 방문 사실을 알렸다. 송 대표 방문에 유가족과 취재진 등 100여 명이 몰렸고, 경찰이 그의 방문에 항의하는 우파 유튜버들의 접근을 제지하면서 광화문광장 일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은 서울시가 작년 11월 첫 삽을 뜬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 공정(工程)에 맞춰 기억공간 철거를 예고한 날이었다. 하지만 유가족과 일부 단체들이 “강제 철거를 중단하고 이전 설치 또는 광장 공사 후 재설치를 협의하자”며 노숙 농성에 돌입해 철거를 보류했다. 서울시는 “새 광장이 지상 구조물 없는 열린 광장 형태로 계획된 것은 전임 시장 당시 확정되었던 사안이고 일관되게 (유족 측에) 안내한 사항이다” “추가 협의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송 대표는 유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철거 방침)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파서 왔고 너무 고생이 많다”며 “기억공간은 우리 아이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1700만 국민이 촛불을 들어 새 정부가 탄생한 혁명적 공간”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 통합의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있다”며 “오세훈 서울시장도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모습을 참고하길 바란다”고 했다. 철거 입장만 고수하지 말고 유족들과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서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른바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져 있는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철거 문제와 관련, “오 시장에게 계속 면담 요청을 했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오 시장을 향해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오 시장은 과거 무상 급식 반대하다 역풍 맞았던 기억을 벌써 잊었는가”라며 “정치적 득실을 계산할 시간에 직접 유족들과 만나 소통하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서울시의 일방적 통보에 크게 분노한다”며 “아직도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고 했다.

여당이 박 전 시장 시절 세운 방침을 재고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대선 후보 간 경쟁으로 내부 갈등이 극심한 가운데, 야당을 압박하고 지지층을 결집할 재료로 ‘세월호’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에서도 현 야권을 향해 ‘세월호 책임론’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기억공간을 임시로 서울시의회로 옮기고, 광장 재조성 뒤 들어설 이른바 ‘촛불혁명 기념물’에 세월호 사건을 담는 중재안을 갖고 서울시와 협의할 계획이다. “유가족 동의를 얻어 축약된 형태로라도 광화문에 추모 기념물을 남기자”는 것이다. 유가족 측은 민주당 중재안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 등을 보고 향후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 관계자는 “27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오 시장은 기억공간 내부 물품을 서울기록원에 임시 보관한 뒤 2024년 경기도 안산에 들어설 화랑공원으로 이전하자는 입장이라 양측이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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