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 /조선일보DB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에 정부·여당에서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연합훈련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중 사이에서 연합훈련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6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연합훈련 관련 “현재의 형세 하에서 건설성을 결여했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를 취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왕 부장은 또 북한이 지난 수년간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중단한 것을 언급하며 “한반도 교착 상태를 극복할 효과적인 방법은 대북제재를 완화함으로써 대화·협상을 재개할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북한을 향해 ‘한반도를 핵무기·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자’고 요구했다고 우리 외교부가 밝혔다.
김여정 ‘연합훈련 주시’ 담화 후 갈라진 여권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미 군 당국은 10~13일 사전 연습 성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 16~26일 연합지휘소 훈련(CCPT)을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남북 통신선 복원과 김여정 담화 이후 여권에선 훈련 연기·보류를 시사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유연하게 대응하자”고 했고, 지난 5일엔 더불어민주당 설훈·진성준,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 범여(汎與) 의원 74명이 성명을 내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까지 훈련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실제 훈련이 연기 또는 축소될 경우 외교적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정기적 대규모 훈련은 연합 방위 태세 구축에 필수적”(폴 러캐머라 연합사령관)이라며 훈련 연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예비군·민방위에 얀센 백신 100만명분을 제공한 것도 동맹과 연합훈련을 가치를 인정해 한국을 특별히 배려한 것인데, 무리하게 훈련을 연기·축소할 경우 동맹이 석달 만에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은중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