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감 207일만인 13일 풀려나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된 이 부회장은 13일 출소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2021년 5월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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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돼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인 13일 가석방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8·15 광복절 기념 가석방 신청자 1057명을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가 심사해 이 부회장 등 재범 가능성이 낮은 모범수형자 810명에 대해 가석방 적격 판단을 했고, 이를 결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2월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은 2018년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기까지 353일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어 지난 1월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으며, 대법원 상고 포기로 형이 확정됐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사회의 감정, 수용 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위가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도 법무부가 지난 2월 통보했던 ‘5년간 취업 제한’은 유지된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공식 복귀하려면 법무부 특정경제사범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취업 승인을 따로 받아야 한다. 박 장관은 퇴근길에 “취업 제한 심사는 아직 생각해본 바가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가석방 기준인 형기의 60%를 채워 법무부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고, 앞서 지난 7월 법무부는 관련 규정을 수정했다. 이날 가석방 결정에 대해 참여연대·경실련·민변 등은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최근 3년간 형기의 70% 미만을 복역하고 가석방된 이들이 244명”이라며 “(앞으로도) 형기의 60% 이상을 채운 수용자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석방 심사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총수 공백에 미뤄졌던 투자 탄력받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9일 법무부 심사위원회를 통과하자, 재계는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대한상의와 한국경총·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국가 경제에 기여할 길을 열어준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총수 부재’라는 삼성그룹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그동안 미뤄졌던 삼성전자의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해서는 해외 출장과 경영권 참여에 제한이 따르는 가석방보다 차제에 사면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파운드리 공장 설립 등 투자 시계 빨라지나
이 부회장이 가장 먼저 챙길 현안으로 꼽히는 것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반도체 미국 투자 건이다.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된 이 부회장은 13일 출소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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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에 170억달러(약 19조5000억원) 규모의 제2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아직은 공장 입지 등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텍사스주, 뉴욕주, 애리조나주 등을 후보지로 놓고 1년 가까이 검토만 계속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미국 내 투자 조건뿐 아니라 이 부회장의 부재로 최종 결정이 늦어진 측면도 있다”며 “이 부회장의 복귀로 의사 결정이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빨간불이 켜진 전장·모바일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나 대형 인수⋅합병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M&A(인수⋅합병)는 지난 2016년 9조원을 들여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 부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은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분야 역시 지난해 미국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올해는 미국 AT&T 등 주요 통신 업체의 장비 수주에서 에릭슨·노키아에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버라이즌과 AT&T 같은 대형 통신 업체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수주를 따내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5G 장비 수주 외에 사실상 중단된 대형 M&A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을 기증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강조한 만큼 코로나 백신 확보에도 발 벗고 나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재수감 직전인 지난해 12월, 정부와 화이자 간 백신 협상에도 막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미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기로 한 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하는 백신의 상당량을 국내용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석방으로는 경영 활동 제한
재계에선 그러나 이 부회장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사면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석방은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임시로 풀어주는 ‘조건부 석방’인 만큼,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도 특경가법상 5년 취업 제한에 걸려 원칙적으로 경영 현장에 복귀하기 어렵다. 해외 출장도 법무부 장관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권태신 부회장은 “정부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가석방 결정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석방과 별도로 사면 논의가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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