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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차관급 고위 판사 갑질 논란…법원 직원 "너무 힘들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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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망에 성토 글…고위 판사 측 "전혀 사실 아니다"

연합뉴스

판사(CG)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수도권 법원 소속 직원이 공개적으로 내부망에 글을 올려 차관급 고위 판사의 지나친 업무 지시로 힘들다고 호소하자 해당 법원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고위 판사의 출·퇴근용 관용차를 몰던 이 직원은 운전 중에 과도한 지적을 받아 극심한 압박감에 시달린 데다 매주 식사 당번에 성경 공부까지 사실상 강요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는 '법원 생활 너무 힘듭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수도권 한 법원 소속 공무원으로 관용차를 운전해 B 고법 부장판사의 출퇴근을 돕는 업무를 하면서 법정 경위로도 일하는 A씨였다.

고법 부장판사는 지방법원장이나 고등법원장이 될 수 있는 고위 판사로 행정부 차관급 대우를 받기 때문에 '법관의 꽃'으로도 불린다.

B 부장판사는 과거 모 지방법원장과 모 고등법원장을 지냈고 한때 대법관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2018년부터) 3년간 법원에서 있었던 일'이라며 글을 시작한 A씨는 '원장님(B 부장판사)은 운전 중에 많은 지시와 지적을 한다'며 '출·퇴근 시 운전을 빠르게 해야 하고 차선변경, 앞차와의 거리, 신호대기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야 해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보호대까지 착용하고 한 손으로 운전했더니 왜 한 손으로 운전하느냐고 지적하면서 양손으로 운전하라고 지시했다'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급정거를 했을 때는 알아서 피하면서 운전을 해야지 왜 급정거를 하냐고도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차량 내부가 너무 더워 운전석 통풍 시트를 틀었더니 채취가 뒤로 온다며 (대신) 창문을 열라고 한 적도 있고 차량이 많아 신호에 걸릴 때면 그런 시간이 쌓이면 몇 분인지 아느냐며 빨리 운전하라고 (재촉)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때 주말에도 관용차를 이용하던 B 부장판사가 기름을 가득 채워 놓지 않으면 지적하는 탓에 3분의 2 이상 기름이 있어도 가득 찰 때까지 주유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또 비 예보가 있는데도 주말을 앞두고는 무조건 관용차를 세차해야 했으며 그렇지 않으면 또 지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평소 B 부장판사가 관용차를 타고 내릴 때 차량 문을 열어주는 것은 물론 비 오는 날에는 우산까지 받쳐야 했고, 관용차가 법원에 도착하기 전에는 운전 중임에도 '(도착) 몇 분 전입니다'라고 서무 실무관에게 문자를 보내야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법원에 도착하면 서무 실무관이 차량 도착 지점에 대기하고 있다가 차 문을 열어드렸고 (이후)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드리면 (B 부장판사가) 법원으로 올라가신다'고 썼다.

그는 선택권도 없이 매주 한 차례 B 부장판사와 식사를 하고 성경 공부를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A씨는 '요일별로 당번을 정해 원장님과 식사를 하고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에는 성경 공부를 한다'며 '공부 대상자로부터 헌금도 걷고 방학 기간에는 원장님이 지정하는 당번이 (같이) 식사를 해야 한다'고 썼다.

A씨는 다른 직원의 경우 통상 1년이면 다른 부서로 옮겨줬으나 자신은 전출 신청을 했는데도 3년 동안 인사이동 없이 계속 같은 업무를 했다고 덧붙였다.

한 법원 직원은 A씨가 쓴 글에 '어떻게 하면 최고의 갑질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최고의 막장 드라마'라며 '제발 열심히 일하는 법원 하위직 공무원들한테 금일봉은 못 줘도 숨은 쉬고 살게 합시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B 부장판사 측은 평소 A씨에게 갑질을 하거나 강요성 지시를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B 부장판사의 대리인은 "평소 A씨가 한 손으로 운전을 해서 안전을 위해 '양손으로 운전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치는 의전도 강요하거나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식사나 성경 공부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며 "(A씨의 글은 상황을) 과장하거나 사실이 아닌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법원 관계자는 "내부망에 관련 글이 올라온 뒤 해당 직원을 다른 곳으로 배치해 B 부장판사와 분리하는 조치를 했다"며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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