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탈레반 대변인과 인터뷰를 진행 중인 얄다 하킴. /BBC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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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앵커에게 생방송 중 무장단체 탈레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심지어 앵커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다.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이 15일(현지 시각) BBC월드 앵커 얄다 하킴에게 일어났다. 하킴은 차분히 인터뷰를 진행해 탈레반의 공식 입장을 들었다.
하킴은 이날 BBC월드 뉴스 생방송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정세와 향후 상황에 대한 전망을 놓고 한 전문가와 인터뷰를 했다. 하킴은 인터뷰 도중 전문가의 말을 끊으며 “죄송하지만 여기까지 해야겠다. 탈레반 대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말한다.
이후 탈레반 대변인과의 인터뷰가 진행된다. 본인을 수하일 샤힌이라고 밝힌 대변인은 평화를 강조했다. 대변인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카불에 사는 아프가니스탄 사람 모두의 재산, 삶, 안전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에게도 복수는 없다”라며 “우리는 이 나라와 국민들의 하인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탈레반은) 아직 카불에 입성하지 않았다”라며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다만 공개처형과 사지절단형벌 시행에 관해서는 배제하지 않았다. 하킴이 공개처형 등에 대한 입장을 묻자, 대변인은 “당장 확언하기 힘들다”며 “법정과 법률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의 정부가 만든 법률에 따라 판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리아(Sharia·이슬람율법)를 적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변인은 “당연히 샤리아는 돌아온다”며 “우리는 이슬람 정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개처형, 사지절단형벌, 여성인권탄압 등은 모두 샤리아를 근거로 한다.
대변인은 말미에 “우리 탈레반은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며 교육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약 30분간 이어졌다. 이후 밝혀진 상황에 따르면 하킴이 다른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하킴의 개인 휴대전화로 탈레반 대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를 확인한 하킴은 동료들에게 알렸고, 즉석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별도의 방송 장비 없이 휴대전화의 스피커폰 기능이 이용됐다. 방송 책임자는 “이런 상황은 방송 인생 중 처음 겪는 일”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송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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