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보여주기식 아닌 실효성 있는 개편해야”
지난달 28일 개최된 LH 조직 개편안 공청회 모습. / 사진=국토TV 유튜브 갈무리 |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둘러싼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고 있다.
LH는 연초 불거진 일부 임직원들의 사전투기 사태 이후 대대적인 쇄신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부가 제시한 개편안은 지지부진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투기 논란 이후 LH에서 3개월간 간부급 직원 총 19명이 퇴직 또는 명예퇴직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여기에 지난 13일에는 LH가 택지개발공사를 1년 넘게 지연해놓고, 지연 기간에 토지 매수인이 낼 필요가 없는 '매매대금 지연손해금'을 내라고 요구한 ‘갑질’ 사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 땅 투기 논란 이후 쇄신 약속했지만…길어지는 내우외환
지난 2월 터진 LH 임직원들의 3기신도시 사전투기 논란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주도’ 주택공급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민간이 아닌 공공에 무게가 실린 공급 정책이었기에 전체적인 대책에 대한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는 가뜩이나 떨어진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악재가 됐다.
김현준 LH사장은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조직·인사 혁신 등 강도 높은 자체 경영혁신 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떠나간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2017년 이후 3년 연속 경영평가 A등급을 받았던 LH의 올해 경영평가는 D등급(미흡)까지 수직 하락했다.
사전투기 논란이 터진 이후 임직원들의 퇴직이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6월 7일까지 간부급 직원 총 19명이 퇴직 또는 명예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에는 LH가 김포한강신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땅주인들에게 9억4800만원을 받아간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이 부과됐다.
앞서 LH는 선분양 후조성 및 이전 방식으로 김포한강신도시 이주자택지·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개발사업은 부지조성공사 도중에 문화재가 발굴됨에 따라 토지사용가능시기를 1년 4개월 지연됐다. 해당 기간동안 토지사용이 불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LH는 총 34필지 매수인들에게 지연기간 동안 지연손해금(8억9000만원)과 재산세(5800만원)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해당 행위를 공정거래법 제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위반으로 보고 LH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6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LH가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계약상 의무인 토지사용가능시기를 이행하지도 않고 지연손해금과 재산세를 그 매수인들에게 부담시킨 것은 계약 이행과정에서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LH는 해당 토지들의 실제 토지사용가능시기가 지연될 것임을 사전에 인지했지만 매수인에게 그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토지사용가능시기 지연 시 적용되는 내부규정상의 각종 의무절차나 후속조치 등을 미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해명자료를 내고 “매수인 중 일부는 토지사용가능시기(2012년 12월 31일) 이전에 LH로부터 토지사용승낙을 득하고 건축인허가를 받아 사용하는 등 전체 단지의 조성공사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토지는 토지사용가능시기 도래시점에 실제 사용이 가능한 상태”라며 “토지사용시기에 토지사용이 가능했으므로 계약서에 따라 잔금이 미납된 토지에 한해 지연손해금을 부과하고, 잔금납부일 이후 제세공과금은 매수인이 부담한다는 약정에 따라 재산세를 부과했다”고 반박했다.
◇ 개편안 마련 지지부진...‘보여주기식 아닌 실효성 있는 개편해야’ 목소리 나와
정부와 LH는 철저한 조사를 통한 재발방지와 혁신위 신설 등의 행보를 이어가는 한편, LH를 지주회사로 개편해 모회사와 자회사로 분리하는 ‘수직 분리’형 조직개편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제시한 개편안은 기존의 LH에서 토지·주택·도시재생 등 주택공급 핵심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 기능은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개편 방향이 근본적인 문제해결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거복지 확대라는 LH 본연의 기능을 살리는 것이 아닌 여론무마를 위한 조직 축소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회에서도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LH의 조직 개편안은 명확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상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토론회를 열고 LH 투기 사태 이후 달라진 점들을 평가하고, 향후 보완해야 할 과제들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임재만 세종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LH 조직개편안에 대해 “이 방안에는 방향과 목적이 불분명하며, 토지와 주택 개발 계획 수립의 주체와 주거복지 기능 강화 및 수행을 위한 재원 마련 등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LH 조직 개편 방향에 대해 ▲자산 관리, 부동산 개발, 주택 관리, 주거복지 등 계획과 집행, 관리의 분리로 정보 집중 차단과 전문성 강화 ▲공공택지의 민간매각 최소화를 통한 공공성 강화, ▲주택관리를 넘어 실질적인 주거 등 생활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한 주거 복지 강화, ▲수익사업 부문 적자 시 정부 책임성 강화한 재무적 지속가능성 등을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개편안에 대해 ‘환골탈태 없는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LH 분리가 목적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주거권 향상’이 LH공사 개혁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최 소장은 “LH공사 개혁은 택지매각, 분양 등을 통해 얻은 이익에 기반한 교차보조 방식을 탈피해야 하며,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관리와 관련된 모든 단계에서 주거복지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인권 서울대 교수는 “LH 혁신 방안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토지은행’을 도입하여 공공자산 비중을 높이고, 단기적으로는 일정 부분의 토지를 부분적으로 비축하는 방안 도입이 필요하다”며, “LH의 독점적 지위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방지하기 위해 수도권과 같이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의 역량이 높은 곳에서는 경쟁방식을 통해 사업을 시행하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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