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방송된 MBC 스페셜 '아프간 여성인권'의 한 장면.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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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재집권을 앞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을 두고 아프가니스탄 시민이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탈레반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시민들이 왜 이렇게 우려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과거 인터뷰가 다시금 회자고 있다.
17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지난 2005년 방영된 MBC 다큐멘터리 ‘아프간 여성인권-누가 나의 삶을 결정하는가’의 한 장면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다. 병원 의사로 보이는 남성은 ‘탈레반 정권 시절 남자 의사가 여성을 치료할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건 불가능했죠”라고 답했다. 그럼 ‘탈레반 시절 아픈 여성은 어떻게 치료했느냐’고 재차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해당 다큐는 탈레반 붕괴 4년 후 변화하는 아프간의 모습과 그럼에도 여전히 차별받는 아프간 여성들의 모습을 다뤘다. 아프간 헤라트 병원 내 여성 환자 전용 화상 병동을 찾은 방송은 시어머니의 학대를 이기지 못하고 분신을 기도한 12살의 소녀와 이웃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몸에 스스로 불을 붙여 전신화상을 입은 여성의 이야기를 전했다.
과거의 이러한 분위기를 기억하는 아프간 여성들은 자포자기에 빠졌다. 아프간 최연소 시장이자 최초의 여성 시장인 자리파 가파리(29)는 영국 아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죽이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나 제 가족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며 “그들은 저 같은 사람들을 찾아와 죽일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과거와는 달리 여성 인권 존중 등 유화적인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이날도 아프간 정권을 위해 일했던 공무원에 대한 ‘일반 사면령’을 발표하면서 일터로 돌아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여성에 대해서도 “그들이 희생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이슬람 주민 A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탈레반을 믿지 않는다”며 “그들이 매우 잔인하며 자비가 없다는 점을 잘 안다. 그들이 두려워서 외출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탈레반 조직원들이 관공서 건물 등으로 들어가 무기를 확보하는데 바쁜 상황”이라며 “지금은 탈레반이 좋은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 같지만 주민은 탈레반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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