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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20년 전보다 영악해진 탈레반...국제적 감각 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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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국제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영어 유창한 탈레반"
"경제 재건 위한 지원받으려 '가면'으로 얼굴 감춰"
'뜨거운 감자' 탈레반...중국·인도 등 주변국에 영향
한국일보

17일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국제공항 외곽에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다. 전날 이곳에서 필사적으로 국외 탈출을 시도하는 군중이 몰려들어 큰 소동이 벌어지자 탈레반은 전국적인 사면령을 선포하고 여성들에게는 정부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카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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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이 국제사회에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17일 "현재 탈레반은 '탈레반 2.0'으로 불릴 정도로 영악하게 국제정세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탈레반이 20년 전보다 훨씬 영악해졌다"면서 "영어도 한 마디 할 수 없었던 탈레반이 국제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이제 아주 유창한 영어도 구사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탈레반이 당분간은 실체를 감춘 채 '가면'을 쓰고 활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탈레반은 경제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 지원이 필요하다"며 "심각한 탈레반의 기본적인 얼굴들을 감추고 가면을 쓰면서, 여성들과 소수인에게 유화한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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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카불 국제공항에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수많은 인파가 달리는 비행기에 올라타려고 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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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탈레반은 17일(현지시간) 전국적으로 사면령을 선포하고 여성들에게는 정부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이는 전날 카불 국제공항에서 국외로 나가려는 수백 명 인파가 몰려 소동을 겪자 시민들을 회유하기 위한 전술로 보인다.

하지만 조만간 탈레반의 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도 했다. 박 교수는 "(탈레반) 본인들이 정권이 흔들린다고 생각했을 때, 도전을 받을 때는 반드시 20년 전의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중국·인도 등 주변 6개국도 골머리 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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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지도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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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점령에 주변국들의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탈레반의 등장에 가장 불편한 국가로 중국과 인도를 꼽았다.

박 교수는 "중국과 인도는 상당히 유화적인 자세로 탈레반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과 인도의 캬슈미르 때문이다. 이곳들은 모두 무슬림이 다수여서 탈레반이 영향력을 행사해 연결할 수도 있어서다.

그는 "탈레반이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원리주의 사상, 극단적인 이슬람 정책이 주변 국가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파키스탄도 국가 내 탈레반이 있어서 아프가니스탄과 연결될까 봐 머리가 아프게 됐고,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도 극단주의가 있어 연결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란도 탈레반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박 교수는 "탈레반 때문에 이란에 들어와 있는 아프간 난민이 300만 명이 넘는다"면서 "지금도 100만 명 이상 받아야 된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란 성직자들은 탈레반에 반감이 있고, 테헤란에서는 반(反) 탈레반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이라크에서처럼 똑같이 아프간서도 실패"

한국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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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미국이 철수한 상황에 대해 "손 털고 나온 게 더 낫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은 이라크와 더불어 아프간에서도 실패했다"며 "아프간은 20년 동안 미국이 30만 군대를 키웠는데 들어간 돈이 102조 원이 넘는다. 그런데 단 일주일 만에 끝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똑같은 상황인 것이, 미국이 이라크에서 11년 동안 이라크군을 키웠는데 3일 만에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게 물러났다"며 "미국이 헛돈을 쓴 것이고, 미국이 세웠던 정권들이 부패정권이었다"고 지적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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