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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첫 기자회견서 "복수 안하고 여성인권 존중하겠다"…불신하는 시민들 [혼돈의 아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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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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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카불 점령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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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후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20년 전 집권 시절 여성 억압과 이슬람법에 따른 엄격한 사회 통제 등 통치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건부 자유’만 허용해 외국군과 협력해온 사람들에 대한 보복과 여성인권 탄압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전쟁은 종료됐다고 선언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사면령이 선포된 만큼 이전 정부나 외국 군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탈레반 대변인이 공식 석상에서 얼굴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며, 탈레반이 국제사회로부터 정식 국가 체제로 인정받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슬람 율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탈레반 대변인이 의복 규율과 사회 활동 등 어느 정도 수준에서 여성 권리가 존중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아프간 내 민간 언론들의 독립적 활동을 허용하겠다고도 말했다. 다만 이슬람의 가치를 지키고, 공정 보도를 하는 것에 한해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며 언론 통제의 여지를 남겼다.

1996년부터 5년간 집권한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당시 도둑의 손을 자르고, 간통죄를 지었다고 지목된 여성을 돌로 치는 방식으로 처형했다. 여성은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고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여성은 외출할 때는 부르카(얼굴 포함 전신을 가리는 옷)를 반드시 착용해야 했다.

탈레반은 그간 아프간에서 집권하면 민간인에게는 해를 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외국군을 도운 사람에 대한 보복과 여성 인권 탄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와 인터뷰한 한 아프간 시민은 탈레반이 점령지에서 이미 사람들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그들은 조종자다.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에 대해 나쁜 말을 한 사람들의 명단이 있고, 복수할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외신들은 탈레반이 점령했던 지역의 학교, 병원 등이 폐쇄되거나 파괴됐다고 전했다. 유엔은 지난 한달 동안 1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탈레반에 의해 죽거나 다쳤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여성인권 운동을 하다가 15세에 탈레반으로부터 총격을 받고 살아남은 파키스탄 여성 말랄라 유사프자이(24)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일부 탈레반 인사들이 여성이 교육받고 일할 권리를 부정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여성 인권을 폭력으로 탄압한 탈레반의 역사를 고려하면 아프간 여성들의 두려움은 현실”이라고 썼다. 유사프자이는 2014년 역대 최연소 나이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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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날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특별 총회를 열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특별 총회가 파키스탄의 요청에 따라 89개 회원국이 동의하면서 개최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등은 동의 의사를 표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옵서버 지위를 가진 미국은 아직 동의하지 않았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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