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7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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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을 사실상 새로운 정권으로 인정하며 탈레반과의 관계 형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이슬람 극단주의 등이 자국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시도다. 중국은 동시에 아프간 상황을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분위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아프간 새 정권은 각종 국제 테러세력과 분명하게 선을 긋고,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을 비롯한 테러세력을 타격해 아프간이 다시 테러극단세력의 집결지가 되는 것을 방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브리핑에서 “아프간 인민의 염원과 선택을 존중한다”며 탈레반 집권을 인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탈레반을 아프간의 새 정권으로 지칭한 것이다. 이는 아프간 상황을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을 반영한다.
중국은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의 집권으로 국경을 접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ETIM 등과 연계된 분리 독립 움직임과 테러활동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탈레반과의 우호적 관계 형성이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는 것이다. 새 정권과의 협력을 통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확대하고 역내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중도 담겨있다. 중국은 아프간과 선린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며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탈레반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하며 국제사회의 아프간 사태 해결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려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프간 문제로 곤경에 처한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관찰된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아프간 정세 안정을 위해 미국과 협력할 뜻을 밝히면서도 “중국을 압박해 정당한 권익을 해칠 궁리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협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아프간을 협상 카드로 삼으려는 의도다.
관영매체는 중국의 의도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환구시보는 18일 사설에서 미·중 외교장관간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지만 양국 협력은 미국의 대중국 행동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악의적으로 중국에 대한 전략적 압박과 봉쇄를 실시할 때 우리가 선의를 베풀어 호감을 사려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협력은 서로에게 이익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만약 미국에 더 유리한 것이라면 다른 방면에서 빚을 갚도록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글로벌타임스도 비슷한 취지의 기사를 통해 “미국이 아프간 문제에 대한 협력을 요청한 것은 다른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보이는 것과 매우 다른 태도”라며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얻으려면 대테러에 대한 이중 잣대와 다른 분야에서의 대중국 대립 등 잘못을 바로잡는 조치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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