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논의했다. 양 정상은 다음 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은 미국 내 은행에 예치돼 있는 아프간 정부 자금을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존슨 총리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아프간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프간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진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이 문제를 두고 전화통화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간 사태에 따른 국제적 파장을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공조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동맹국과 우방국들이 아프간 정책을 계속 긴밀히 조율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취약한 아프간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난민 지원을 국제 사회가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공통의 전략과 접근법을 논의하기 위한 G7 화상 정상회의를 열자는 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총리실도 성명에서 “두 정상은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아프간을 떠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고, 국제사회가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바이든 정부가 지난 15일 미국 은행에 예치된 아프간 정부 자금을 동결했다고 보도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전 대통령이 국외로 탈출하고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되는 등 아프간 정부 붕괴하자마자 아프간 자금에 대한 탈레반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동결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재닛 옐련 재무부 장관과 재무부에서 재재를 담당하는 해외자산통제국(OFAC) 주도로 이뤄졌으며 백악관과 국무부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인용해 아프간 중앙은행이 지난 4월 기준 94억달러(약 11조원)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가 이 중 얼마를 미국 은행에 예치했으며, 미국 정부가 얼마나 많은 자금을 동결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탈레반이 9·11테러 등과 관련해 이미 제재 대상에 올라 있기 때문에 제재를 위한 별도의 법적 근거는 필요없다고 바이든 정부는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의 아프간 정부 자금 동결은 향후 있을 탈레반 정부와의 관계 설정 및 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결된 자금 해제 카드가 미국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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