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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알카에다, 탈레반에 “형제들 승리 축하”… IS도 카불 입성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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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17일(현지시간) 탈레반 병사들이 무장한 채 경비를 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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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전면 장악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부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ㆍ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18일(현지시간) “탈레반의 승리는 아프간에서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세력의 재건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극단주의 매체를 감시하는 시테인텔리전스 그룹을 인용한 WSJ 보도에 따르면 친(親)알카에다 성향의 미디어 계정은 최근 “탈레반 형제들”의 승리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아프간은 정복됐고, 이슬람은 승리했다”는 내용이다.

초당적 중동연구소의 찰스 리스터 반테러정책국장은 “(탈레반의 카불 입성은)의심할 여지없이 9.11테러 이후 알카에다에게 가장 의미 있는 날”이라며 “알카에다에겐 수년 만에 처음으로 숨 쉴 공간과 안전한 피난처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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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병사들이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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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이 테러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징후는 곳곳에서 비치고 있다. 인도 매체 더힌두는 18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해 파키스탄 기반 무장단체인 자이시에모하메드(Jem) 등 극단주의 세력 대원들도 혼란을 틈타 카불에 입성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단체가 카불에서 탈레반의 세력이 크지 않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면서다.

IS는 알카에다의 경쟁조직이자, 탈레반과도 긴장관계에 있다. 머지않아 탈레반이 이들을 몰아내기 위해 내전을 벌인다면 혼란상이 가중될 수 있다.

서방 정보당국은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의 재건 시기를 재평가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기존 분석에 따르면 미군 철수 이후 18개월에서 최대 2년 안에 재건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탈레반의 협조 여부에 따라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정보당국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단체는 알카에다다. 알카에다는 오래전부터 아프간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탈레반과 역사적, 이념적 성향이 유사한 편이다. 정략혼으로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2001년 10월 미국의 아프간 침공은 탈레반 정권에 오사마 빈 라덴 등 알카에다 조직원들을 내놓으라는 요청을 아프간 측이 거절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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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0월 언론에 공개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생전 모습. 이에 앞서 빈 라덴은 그해 5월 미국의 특수부대 작전으로 사망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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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발간된 유엔 안보리 제재이행 보고서도 이들의 관계에 주목했다. 지난해 2월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 발간된 보고서는 “탈레반은 미국과의 평화협상 과정에서도 정기적으로 알카에다와 협의를 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탈레반-알카에다의 접점이 되는 세력은 ‘하카니 네트워크’다. 탈레반 지도부인 시라주딘 하카니(38)가 이끄는 조직이다.

킹스칼리지런던 안보연구소의 피터 노이만 연구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많은 단체들이 미국에 대한 승리를 선전하기 위해 편승하려 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위험 요소는 이들이 소셜미디어(SNS) 캠페인으로 ‘나홀로 행위자’에게 국지적인 테러를 저지르도록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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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의 깃발. IS는 알카에다와 기득권 다툼을 벌이다 사이가 틀어졌다. 탈레반과도 긴장관계라고 한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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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국들은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TV연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테러의 성지가 돼선 안 된다”며 “테러단체는 아프간에 존재하며, 불안정에서 이익을 얻으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이슬람 테러리즘에 적극적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도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탈레반의 카불 입성 직후 “아프간이 테러가 자생하는 터가 되는 것을 아무도 원치 않는다”며 “국제사회가 합의 없이 아프간의 새 정부를 승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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