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도시’로 변한 카불
현지인 국외출국 못하도록
공항 진입 막고 위협 발포
부르카 안 쓴 여성 사진은
얼굴부위 훼손하거나 지워
여성 통제 조치 곧 시행될 듯
아프간내 국제기구도 철수
아프간 카불 시내 상가에서 총을 든 탈레반 대원이 스프레이 페인트로 얼굴 부위가 훼손된 여성 사진이 붙어 있는 미용실 앞을 지나는 모습. 카불=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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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8일(현지시간) 반탈레반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고, 출국을 원하는 아프간인의 카불 공항 접근도 무력으로 저지하고 나섰다. 탈레반 고위층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의한 통치를 공식 선언하면서 탈레반 1차 집권기인 1996∼2001년의 ‘공포정치’가 부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장 카불 시내 곳곳에선 상점에 나붙은 여성 사진의 얼굴 부위를 훼손한 잔혹한 모습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여성에 대한 복장과 외출 제한 등 통제 임박한 듯
탈레반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샤리아는 법체계라기보다는 차라리 교훈에 더 가깝다. 이슬람교 경전 쿠란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생애 기록에 있는 이슬람 교리들로 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그 해석이 법학자뿐 아니라 성직자, 정치인들에게 달려 있다는 점이다. 집권 세력에 의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운영되면서 정적이나 반대파 등 제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탈레반이 조만간 여성에 대한 복장과 외출 제한 등 통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카불 시내 상가의 여성 사진들이 탈레반 대원들에 의해 얼굴 부위가 검은 스프레이로 가려진 섬뜩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속속 게시되고 있다. 여성의 얼굴 노출을 막는 부르카 착용의 강요를 암시한다.
◆아프간인 출국 막는 탈레반… 매국노 몰아 보복하나
탈레반은 미국과의 합의를 어기고 출국을 원하는 아프간인들의 카불 공항 접근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아프간 시민은 “탈레반이 공중으로 위협 발포를 하며 공항 진입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공항에 들어가려고 미국이 내준 입국 허가증까지 보여줬으나 거부당한 한 아프간 남성의 사례를 보도했다. 미군은 공항 내부를 장악하고 있으나 공항까지의 통행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8일(현지시간) 터키 동부 비틀리쉬주 타트반에서 두 아이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어느 난민이 수풀 속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타트반=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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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언론도 “탈레반이 공항 내부를 제외한 카불 전역에 검문소를 세우고 외국인한테만 공항에 진입할 길을 터준다”고 보도했다. 과거 미군에 협조한 전력이 있는 아프간인들의 출국을 막고 ‘매국노’ 등으로 몰아 보복을 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택 수색에 납치까지”… 영·미 언론 탈레반 규탄
인명피해 또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시위대를 향한 탈레반의 발포로 최소 3명이 숨지고 12명 이상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언론 자유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영·미 언론들은 “탈레반이 언론사 기자들 집을 무단으로 뒤지고 납치하는가 하면 이들 총에 맞아 숨진 이도 있다”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사정이 이렇자 국제기구도 속속 탈레반을 떠나고 있다. 유엔은 아프간에 있던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 인력이 카불에서 철수해 이웃나라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옮겼다고 밝혔다. 다만 아프간에서 일하던 유엔 관계자 총 300여명 중 200여명은 일단 현지에 남기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인도주의 구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당분간 아프간에 머물며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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