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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화장했다고 위협받고 출근길도 막혀...아프간 여성 언론인 억압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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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프간 국영방송 RTA의 앵커로 활동해 온 샤브남 다우란 기자. 최근 아프가니스탄 여성 언론인들이 직장에서 억압받고 있다고 밝혔다./shabnamdawran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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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여성 언론인들이 최근 방송국 출입 금지를 당하고, 탈레반 무장대원들에 위협을 당하는 등 직장에서 억압받고 있다고 밝혔다.

20일(현지 시각) AFP통신,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아프간 국영방송 RTA의 앵커로 활동해 온 샤브남 다우란 기자, 앵커 메르 무살 아미리 등이 최근 탈레반으로부터 억압받은 사실들을 털어놓았다.

18일 다우란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며 직접 출연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히잡을 쓰고 있는 다우란은 출입증을 내보이면서 “이번 주 직장인 방송국 출입을 금지당했다. 정권이 바뀐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출근했지만 출입증을 제시해도 직장에 출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 직원들은 출입증이 있으면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탈레반은 ‘정권이 바뀌어서 당신은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다우란은 “세상이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 우리의 생명은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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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매체 아리아나TV의 전직 진행자 및 프로듀서이자 현 RTA의 앵커 메르 무살 아미리./mehr mursal amiri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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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리는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화장을 하고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위협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RTA의 본부 스튜디오에 탈레반 무장대원들이 침입해 ‘집에 머물고 돌아오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매체 아리아나TV의 진행자이자 프로듀서였던 그는 현재 RTA의 앵커로, 아프간 사람들에겐 친숙한 얼굴이다.

아미리는 당시 매우 무서웠다며 “오늘 TV를 보니 마치 이슬람 사원을 보는 것 같았다. 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종교와 샤리아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운데 마치 여성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이 변했고 더 나빠졌다”며 “민주주의는 끝났고 우리나라 여성들의 미래는 특히 어둡다”고 전했다. 그는 “미래가 두렵고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걱정스럽다”며 “하지만 나는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RTA의 기자 카디자 아민 또한 사무실에 갔지만 출입이 금지됐다고 밝혔다. 그는 “나중에 다른 동료들도 사무실 출입이 금지됐다”며 “우리는 탈레반이 임명한 새로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그램은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변화됐고, 거기엔 여성 진행자와 여성 기자는 없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7일(현지 시각)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가 “여성들은 일하고 공부할 수 있으며, 이슬람의 틀 안에서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당일 한 여성이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총에 맞아 숨지고, 이후 카불 시내 미용실에 붙어있는 여성 사진이 훼손되는 등 발표 내용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에 아프간 여성들은 19일 얼굴을 드러내고 거리 시위를 진행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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