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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탈레반이 미국인들 구타"…미, 아프간 탈출에 헬기 동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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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대피작전 곳곳 난관…카불 공항 한때 운항 중단

카타르공항 포화로 다른 환승지 확보 나서

바이든 "모든 미국인 집에 데려다줄 것"…델라웨어 자택행 일정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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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아프간 카불 공항에서 탈출하려는 인파가 몰려든 가운데 미군 병사들이 총을 든 채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김용래 기자 = 미국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인 등의 대피 작전에 속도를 내지만 여전히 본궤도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다.

공항 안팎에서 대피를 희망하는 이들이 몰려 심각한 정체가 빚어졌고, 이 때문에 미군이 카불 공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건물에 있던 미국인들을 헬기를 동원해 공항으로 후송하기도 했다.

미 국방장관은 아프간 현지에서 미국인들이 탈레반에게 구타를 당했다면서 탈레반에 "용인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지난 14일 이후 1만3천 명이 대피를 마쳤다고 밝혔다. 전날 대피 인원은 3천명으로 미국이 당초 목표로 삼은 하루 5천~9천 명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대피 작전을 돕기 위해 공항에 배치한 미군도 목표치인 6천명에 거의 도달했다. 대피 대상은 미국 시민권자, 아프간전 때 미국을 도운 아프간 현지인, 제3국인이다.

공항 입구가 극심한 인파로 마비되자 미국은 군용 헬기 세 대를 동원해 169명의 미국인을 카불 공항 근처 호텔에서 공항으로 대피시켰다. 공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서 미국인들이 공항에 진입하지 못해 헬기를 동원해 사람들을 옮겼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일도 벌어졌다.

중간 기착지인 카타르 공항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는 것과 맞물려 7시간가량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한 것이다. 카타르는 미국 특별이민비자를 신청한 아프간인을 8천 명까지 수용키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군 행크 테일러 소장은 카타르의 미군 기지로 옮겨진 아프간인들로 인해 현지 시설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면서 이후 상황이 정리돼 다시 수송기 운항이 재개됐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미 국무부는 유럽과 중동의 11개 국가가 아프간인을 포함해 대피 대상자들의 비행기 환승을 허용했거나 곧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의 람스타인 공군기지를 환승을 위해 임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과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알바니아,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우간다도 아프간 현지인의 일시 수용을 제시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미국인들이 탈레반 조직원들에게 구타를 당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하원의원들을 상대로 한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인을 포함한 일부 사람들이 탈레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구타를 당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탈레반 지도자에게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경우를 제외하곤 미국인과 자격을 갖춘 아프간인들이 계속 (공항을) 통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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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아프간 카불 공항으로 가는 길에 극심한 정체가 빚어진 모습. [AFP=연합뉴스]


일간 뉴욕타임스는 "수천명이 공항 안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공항 밖에도 수천명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며 "탈레반 점령 후 아프간에 발이 묶일 것을 우려하는 공포감이 아프간인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우리는 집에 오길 원하는 어떤 미국인이라도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대피 작업에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미국인은 물론 미국을 지원한 모든 아프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탈레반이 대피 목표일인 8월 31일 이후에도 아프간인이 자국을 떠나려 할 경우 그렇게 허용하겠다고 확약했다고 밝혔지만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탈레반이 아프간인의 공항 내부 진입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서방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색출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대피 작전이 미군에 위험을 수반하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공수작전 중 하나라면서 "나는 총사령관으로서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할 것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에 대한 어떤 공격이나 우리 작전에 관한 방해가 있을 경우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탈레반에 분명히 했다"고 경고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도 통화를 하고 다음 주 G7(주요 7개국) 회의에서 아프간 문제에 대한 공동의 접근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이날 통화에서 "카불에서 양국 군대와 시민사회 간 지속적이고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금요일인 이날 델라웨어주 자택으로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렀다.

카불의 국제기구들도 속속 대피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카불 지사의 직원과 직계가족들을 최근 모두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대피시켰다.

파키스탄항공은 특별 항공편을 통해 카불에서 이슬라마바드로 350명을 대피시켰는데, 여기에는 세계은행 직원·가족 등 국제기구 인력이 다수 포함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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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아프간을 떠나는 미군 수송기에 탑승한 아프간인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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