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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바이든, ‘최고 외교관’ 번스 주중대사 지명…中 ‘늑대 대사’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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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파 정통 외교관 베이징행 결정

'늑대전사' 친강 주미대사와 결 달라

미중 현안 놓고 외교 정면 승부 예고

주일대사엔 '오바마 오른팔' 이매뉴얼

중앙일보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주중 대사로 지명한 니컬러스 번스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낸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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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주중 대사에 외교관 출신 니컬러스 번스(65)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주일 대사에 람 이매뉴얼(61) 전 시카고 시장을 지명했다.

주중 대사는 지난해 10월 이후, 주일 대사는 2019년 7월 이후부터 공석이었다. 이번에 두 대사를 지명함으로써 미국이 최우선 외교 과제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진용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번스 지명자는 민주·공화당 정부에서 모두 활동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국제 외교가에서 번스는 ‘최고의 외교관’ ‘실력파’로 통한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변인과 그리스 대사를,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와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냈다. 현재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다.

번스 지명자는 지난달 중국이 미국에 보낸 친강(秦剛) 신임 주미 대사와는 결이 다르다. 친 신임 대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총애를 받는 외교관으로, 중국 힘의 외교를 상징하는 '늑대 전사'의 대표 격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교에선 금기인 거친 비난과 공격적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이를 통해 미국을 공개 비난하고 조롱하며 중국의 늑대 외교를 일상적으로 구사했다.

반면 번스는 입으로 승부를 보려는 스타일이 아닌 정통파이자 실력파 외교관이다. 그간 백악관은 주중 대사에 정권 창출을 도왔거나 대통령 측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사를 보냈다. 미·중 관계의 난제를 물밑에서 해결하는 정치적 타결을 시도하곤 했다. 하지만 번스는 이런 '백악관의 대리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인연이 있던 테리브란스타드 전 아이오와 주지사를 주중 대사로 임명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그의 인맥을 활용해 경제적 긴장 관계를 풀어보려는 의도였지만 재임 기간 오히려 양국은 전례 없는 무역 전쟁으로 곤두박질쳤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0년간 정치인 출신을 보냈던 중국 대사 자리에 노련한 외교관을 지명한 것은 주중 대사의 역할 전환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에번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고위급 인사 간의 정기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과 소통하려는 새로운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봤다. "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담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번스 임명은 미·중 관계를 물밑 정치적 타협이 아닌 외교 현장에서 정면 대응하겠다는 예고편으로 풀이된다.

번스는 정무차관 시절 아프가니스탄·이란·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등을 놓고 중국 정부와 일한 경험이 있지만, 미국 내 중국 전문가로 통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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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오바마 백악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을 주일 대사로 지명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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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사로 발탁된 이매뉴얼 전 시장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오바마의 오른팔'로, 백악관을 나온 뒤에도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매뉴얼 주일 대사설은 정권 초부터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내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지명을 확신할 수 없었다. 시카고 시장 재임 당시 흑인 10대 소년이 경찰에 16차례 총을 맞아 숨진 사건이 있었는데, 이매뉴얼이 증거 동영상의 공개를 미뤘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장 3선 도전도 발목이 잡혔다. 이번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될 거란 전망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한 지 몇 시간 만에 성명을 내고 두 지명자를 발표했다. 취임 후 7개월 동안 하지 못했던 발표를 이날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온통 아프간에 꽂혀 있는 관심을 돌리는 한편, 미국 외교의 우선순위가 중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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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과거 인연이 있던 테리 브란스타드(오른쪽) 전 아이오와 주지사를 주중 대사로 보냈다. 미국은 과거 10년 동안 정치인 출신을 주중 대사로 임명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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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재 미 대사 역시 지난 1월 해리 해리스가 사임한 이후 공석이다.

주중 대사와 주일 대사가 정해졌지만 주한 대사 후임을 찾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캐나다·인도·프랑스·이스라엘 등 후임 대사를 찾지 못한 주요국이 많은 데다, 이미 지명된 대사들에 대해서도 상원의 인준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후보로는 한국계 외교관인 유리 김 알바니아 주재 미국 대사가 거론된다. 국무부에서 북한팀장을 지냈고 6자 회담에도 참석했던 김 대사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통한다.

이와 함께 데릭 미첼 전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워싱턴 외교가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때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본인이 제의를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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