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격퇴전에 위축됐던 IS, 알카에다 등 잇따라 세력 확대
9·11테러 일으킨 알카에다가 카불 치안 맡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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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손아귀에 들어간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테러 단체들의 집결지로 떠올랐다. 미국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으로 위축됐다가 아프간의 혼란상을 틈타 부활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카불 공항 등 주요 지역에서 세를 과시하기 위한 테러가 빈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23일 카불 공항에서는 아프간 경비요원과 무장 괴한 사이에 총격전이 발생해 경비요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쳐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현지 시각) CNN에 나와 “아프간 내 미국인 대피 작전에서 IS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극단주의 반군에 뿌리를 둔 IS는 2014년 시리아와 이라크 영토 상당 부분을 장악했던 테러 단체다. 이들은 중세 시대 ‘칼리프국가’ 부활을 주창한 뒤 참수 살해를 일삼고 세계 각국에서 추종자들의 자생 테러를 선동했다.
그러나 미국 주도 격퇴전이 본격화하면서 2017년 점령지에서 쫓겨났고, 2019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IS 소멸을 선언했다. 하지만 2년 5개월 만에 미 백악관 최고 안보 책임자가 IS 부활을 인정한 것이다. IS는 2015년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IS호라산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IS 본부가 위축됐을 때도 아프간에서 폭탄 테러로 인명을 살상했고, 탈레반과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미 의회조사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탈레반 노선 투쟁이 본격화할 경우 강경주의자들이 IS 진영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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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는 이미 아프간의 핵심 권력이다. 지난 15일 장악한 수도 카불의 치안을 탈레반 내 유력 그룹인 하카니 네트워크가 맡았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 내 군수 물자 조달 등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알카에다와도 연계돼 있다. 알카에다는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제거로 세력이 위축된 뒤에도 아프간에서 2개 조직(본부·인도지부)이 활동해왔다. 하카니 네트워크의 카불 권력 장악으로 이들과 연계된 알카에다가 본격 중흥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소 규모의 이슬람 테러 단체들도 본격적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재 아프간에는 탈레반과 협력해온 테리크-이-탈레반(일명 파키스탄 탈레반), 우즈베키스탄이슬람운동(IMU),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 등의 소규모 조직이 있다. 이들에게 힘이 실리면 테러리즘이 중앙아시아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러시아 내 이슬람권 자치공화국과 신장·위구르 지역도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달 톈진에서 탈레반 대표단을 만나며 정식 외교 사절단으로 깍듯하게 대우한 것도 ETIM의 신장·위구르 침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반탈레반 세력의 저항이 본격화하면서 카불에는 이례적으로 군복 차림의 특수부대원들이 등장했다. 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아프간 전황 분석 사이트 롱 워 저널은 22일 탈레반 연계 소셜미디어 계정에 등장한 탈레반 특수부대 ‘바드리313’ 대원들의 모습을 소개했다. 이들이 헬멧과 방탄 조끼 등 특수부대원 복장으로 공항 주변 경계를 서는 모습이었다. 바드리313은 탈레반 내 최정예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가 313명을 이끌고 승리를 거뒀다는 전투에서 이름을 땄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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