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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차라리 총맞아 죽고싶다"…탈레반이 집에 그린 식별용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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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일 (현지시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미군들이 카불 공항 인근 도로의 철조망 너머에서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아프간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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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 대사관의 현지인 직원들이 미국의 대피 노력에도 공항진입조차 힘든 상황에 놓이자 배신감과 불신까지 표시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해를 당할 것을 우려해 지난 18일 대사관에 근무하던 아프간인들에게 국외 대피를 위해 카불 공항으로 이동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대사관이 21일 본국에 보낸 전문에서 “아무도 이 잔혹한 경험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적을 정도로 이들은 공항에 들어가지 못한 채 극심한 공포 속에 수모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전문은 직원들이 공항 근처의 검문소를 지키던 탈레반으로부터 밀침, 구타, 침 뱉기와 함께 욕설을 들었다고 적었다.

또 아이들과 거의 헤어졌다는 이는 물론 군중 속에 쓰러진 뒤 부상해 병원에 갔다는 직원, 더위에 지쳐 쓰러졌다는 직원도 있었다.

한 직원은 “차라리 탈레반의 총에 맞아 죽는 게 더 낫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직원은 “품위와 자부심을 품고 여기서 죽고 싶다”고 절규했다.

특히 탈레반이 자신의 집에 스프레이로 표시를 해뒀다는 직원도 있었다. 이는 과거 탈레반이 추가 심문을 위해 식별용으로 사용하던 수법이다. 이 직원의 가족은 도피하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공항에 들어갈 수 없었다.

미 정부는 탈레반과 대화를 통해 미국인은 물론 적법한 서류를 갖춘 아프간 현지인의 공항 진입을 허용하도록 했다고 밝히지만, 탈레반이 현지인의 접근을 막았다는 외신 보도는 이어지고 있다.

한편 미국은 탈레반의 수도 카불 함락 직전인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공수작전으로 지금까지 3만7000명을 대피시켰고, 이 중 다수는 아프간 현지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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