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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게임정책과 업계 현황

게임 ‘신데렐라법’ 10년 만에 폐지, 확률형 아이템은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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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이후 청소년의 온라인 PC 게임 접속을 막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도입된 지 10년 만에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25일 ‘신데렐라법’ ‘갈라파고스 규제’라 불리던 게임 셧다운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교육부가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청소년보호법 제26조)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내 부처별 이견이 있었지만, 청와대와 국회가 폐지에 무게를 실었다. 대신 정부는 소비자의 불만이 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표시 의무화’ 법안을 추진키로 했다. 게임시간은 소비자 자율에, 그러나 게임 내 소비(결제)에서 ‘소비자 보호’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의 방향이 바뀐다.

문체부는 “2000년대 초반에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면서 셧다운제가 시행됐지만 이제는 자율성을 기반으로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뭐가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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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시간제한에 대한 전체 의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만16세 미만 청소년의 PC 온라인 게임 접속 금지(자정~오전 6시까지)가 사라진다. 그동안은 게임사가 청소년 접속을 차단해야 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아야 했다. 대신, ‘게임시간 선택제’(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가 확대된다. 2012년 도입된 게임시간 선택제는 만18세 미만 청소년이나 법정 대리인이 0~6시 이외 시간에도 게임 시간을 추가로 제한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셧다운제와 중복되고, 이용자가 게임별로 직접 제한 시간을 신청해야 해 이용이 불편했다. 앞으로는 24시간 중 게임 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게임문화재단(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기관)에 신청 대행을 맡길 수 있다.

게임업계에선 셧다운제 폐지를 계기로 ‘게임=나쁜 것’이라는 낙인 효과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메타버스, K팝 팬덤 플랫폼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게임사로선 사회적 편견을 걷어낼 기회다. 이참에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이 ‘규제’에서 ‘진흥’으로 확실히 전환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전 게임물관리위원장)는 “중국 정부가 ‘게임=아편’이라며 규제를 강화하고, 국내선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곤혹스러워진 게임사들에 ‘셧다운제 폐지’는 단비와 같다”며 “정부 정책이 융합산업인 게임·메타버스를 진흥하는 방향으로 가야 글로벌 4차산업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년간 달라진 건?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 명분은 ①청소년의 적절한 수면 시간을 강제로라도 확보하고 ②게임 중독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엔 게임 과몰입이 ‘가상과 현실 혼동, 폭력모방 문제를 일으킨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그러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4년 헌법재판소(2011헌마659)까지 갔지만 결론은 7대2로 합헌이었다. 당시 헌재는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 게임 중독 예방이라는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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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터넷 서비스 이용 분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규제가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는 2016년부터 PC게임 이용자 수를 추월하더니, 2019년엔 모바일 57.5%, PC게임 35.7%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온라인 PC게임만 단속하는 ‘셧다운제’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웹툰·소셜네트워크(SNS)·동영상 등 게임 외에 청소년이 몰입하는 온라인 콘텐트도 급증했다. 부모 주민등록번호 도용, 해외 불법 우회접속 등 셧다운제를 피해갈 길도 많다 보니 규제의 실효도 떨어졌다.

최근 ‘글로벌 초통령’ 게임 마인크래프트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국내 셧다운제를 이유로 한국에서만 ‘마인크래프트 자바에디션’을 만 19세 이상 게임으로 발매하기로 한 것. 이 때문에 셧다운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입법영향분석보고서)도 20일 “셧다운제는 도입 초기를 제외하면 청소년 수면행태나 과몰입 위험군 감소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게임업계 반응은? 학부모는?

게임산업협회는 25일 “오랜 시간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옥좨온 갈라파고스 규제 폐지를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서현일 게임산업협회 홍보팀장은 “게임이 관리와 감시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로,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원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유튜브나 웹툰보다 게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더 심했는데, 게임도 건전한 취향 콘텐트로 인정받은 셈”이라며 “장기적으론 청소년이 게임개발자를 꿈꾸고, 우수 인재가 게임업계에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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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좋은교사운동과 대한보건협회 등은 지난달 22일 “셧다운제 폐지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코로나로 아이들의 과도한 디지털미디어 이용이 늘어나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게임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으면 게임 산업 자체에 대해 잘못된 프레임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단순히 학생에 대한 과몰입 방지 교육이 아니라 학부모, 교사, 고령층에 대해 게임의 인식 개선 등 홍보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원엽·김호정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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