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게 무너진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사령관이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우리는 배신당했다”고 토로했다.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육군 부대를 지휘하다 카불 함락 직전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임명된 3성 장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미 사다트는 “아프간전의 패배는 군사적 패배였으나 정치적 실패에서 비롯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사다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설에서 “아프간군조차 자신을 위해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죽을 수도, 죽어서도 안 된다”고 언급한 대목을 반박했다.
사다트는 “아프간 정부군이 싸울 의지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미국 동맹으로부터 버려졌다는 느낌과 지난 몇 달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서 드러난 우리에 대한 무례함과 불충실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불과 워싱턴의 정치 분열이 군대를 목졸랐고 우리의 업무 수행 능력을 제한했다”면서 “우리의 동맹들이 이미 싸움을 멈췄기 때문에 우리도 결국 중단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다트는 아프간 정부군이 무너진 이유를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정, 아프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 지원 중단, 아프간 정부의 만연한 부패 등 세 가지로 꼽았다.
그는 먼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맺은 평화협정이 우리를 파멸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미군이 철군 시한을 못박으면서 탈레반들이 더 대담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평화협정 후 우리는 매일 수십 명씩의 군인을 탈레반에게 잃고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싸웠다”고 말했다.
사다트는 “조 바이든 정부의 신속한 철수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짚었다. 그는 “아프간 군대는 처음부터 고도로 기술적인 특수정찰부대, 헬기 공습을 기반으로 한 미군 모델들에 대해 미국인에게 훈련받았다”면서 “군수업체들이 먼저 철수하면서 소프트웨어를 가져가는 바람에 첨단 무기를 제대로 쓸 수 없었다”고 했다. 또 “항공 지원이 고갈되고 탄약이 떨어졌을 때 우리는 탈레반에 대한 우위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물론 국내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정부의 고질적인 부패가 고위 군사 지도부로 흘러들어와 오랫동안 군을 무력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와 군대를 썩게 만든 부패에 대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이든 정부가 끝까지 가니 대통령을 지나치게 믿는 오판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니 대통령은 지난 15일 탈레반에게 일방적으로 항복한 뒤 돈다발을 들고 몰래 아프간을 떠났다. 미국도 속인 채였다. 가니 대통령은 항복 전날인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에서 “아프간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미국을 안심시켰다고 NYT가 전했다.
사다트는 “우리는 정치와 대통령들로부터 배신당했다. 아프간 전쟁은 국제 전쟁이고 하나의 군대만으로는 임무를 완수할 수 없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