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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난민 두고 미 공화당 내분…반이민 vs 동맹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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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피란민 가족들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버스로 향하고 있다. 챈틸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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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이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문제를 두고 분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극우파들은 반난민 구호를 외치지만, 전통적 공화당원들은 미군을 도운 아프간인을 도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공화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미군 철수를 비판하는 데는 단결했지만, 아프간 난민을 데려오는 문제를 두고는 내부 분열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동맹국을 중시하고 미국의 대외 영향력 증대가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전통적 공화당원과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미국 우선주의’을 외치며 고립주의 대외정책을 지향하는 이들 사이에 이념적 분열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이민 구호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24일 성명에서 미국의 아프간인 탈출 작전에 대해 “바이든이 미국에 얼마나 많은 테러리스트를 데려올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난민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미군에 협조한 아프간인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가 태도를 슬쩍 바꿨다. 그는 지난 1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인이 먼저 탈출해야 한다”는 전제로 “우리를 도운 사람들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정치분석가인 프랭크 런츠는 NYT에 “트럼프 집권 이후 공화당 내 핵심 분열 주제는 이민 문제”라며 “공화당은 원래 이민자의 정당이었는데 트럼프가 모든 것을 바꿨다”고 말했다.

의회의 기류는 다르다. 미국 하원은 지난달 아프간 통역사 등 8000명에게 추가 비자를 주는 법안을 소수의 공화당 의원 반대 속에 초당적으로 통과시켰다.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 참전 용사 출신인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아칸소)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시민과 미군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프간인들을 구조할 때까지 미군을 빼지 않기로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엘리스 스테파닉 공화당 하원의원(뉴욕)은 민주당 하원의원들과 함께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인 아프간을 구하는 데 헌신하라고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공화당 주지사들도 아프간 난민 수용 대열에 합류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18일 성명에서 “지난 20년간 미군과 협력한 사람들을 탈레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도 지난 17일 트위터에 “우리 주엔 170년 전 종교 박해를 피해 도망친 난민들이 정착했다”면서 “아프간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돕겠다”고 적었다. 앞서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공화당 주지사들도 비슷한 선언을 했다.

공화당원을 포함한 미국인 다수도 아프간 난민 수용에 호의적이다. 미 CBS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지난 18~20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의 76%가, 무당파의 79%가 미국을 도운 아프간 난민 수용에 찬성했다. 공화당원들도 아프간 난민에 호의적인 이유는 애국심과 도덕적 의무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화당의 반트럼프 전략가 사라 롱웰은 “직감적으로 이 아프간인들은 전쟁에서 우리와 함께 싸운 사람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가세하는 공화당원도 늘어날 수 있다. 극우 이민 정책으로 유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 정책고문인 스티븐 밀러는 “미국인은 대규모 난민 정착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결국 공화당은 아프간 난민 대거 정착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화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롱웰도 “미국이 도덕적으로 아프간인을 도울 의무가 있다는 공화당의 정서가 2주 안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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