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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균열하는 미·동맹, 공조 강화하는 중·러 “아프간 문제 같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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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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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문제로 미국과 동맹국이 파열음을 내고 있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공조를 강화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아프간 사태로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미국의 위기가 적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아프간 정세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26일 밝혔다.

두 정상은 통화에서 아프간 문제에 대해 내정 불간섭 원칙을 확인하며 양국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아프간의 주권과 독립,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내정 불간섭을 추구하며 아프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건설적 역할을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의 모든 당사자가 협상을 통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치 구조를 구축하고, 온건하고 안정적인 대내외 정책을 시행하길 바란다”며 “각종 테러 조직과 전면적 단절을 추진하고 세계 각국 특히 주변국과 우호적으로 지내도록 격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아프간 문제에 있어 중국과 유사한 입장과 공통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아프간 정세의 추이는 외부세력이 자기 정치모델을 강제로 집행하는 정책이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관련 국가에 파멸과 재앙을 가져올 뿐임을 보여준다”고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비판했다. 두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국제·지역 정세가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며 양자간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외교부처간 접촉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완전 장악한 이후 두 정상간에 아프간 문제에 대한 협의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통화는 주요 7개국(G7)이 정상회의를 갖고 아프간 문제를 논의한 직후 이뤄졌다. G7 정상들은 24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통해 아프간에서의 대피 시한 연장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철수 시한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입장 때문에 연장 합의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외신은 ‘분열된 G7 지도자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장을 놓고 충돌했다’거나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과의 관계에 난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면서 아프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동맹국의 균열을 부각했다. 그 사이 중·러 정상은 밀착을 과시하며 보란 듯 공조 강화를 내세운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아프간 문제에 있어 비슷한 이해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에 따른 위험 요인이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입지가 좁아진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영향력을 키울 기회를 잡은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두 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과 달리 탈레반에 상대적으로 유화적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한 아프간 문제를 계기로 한 미국과 유럽 등 동맹국의 분열은 두 나라 입장에선 호재라 할 수 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상황에 대해 “우리의 주요 적들에 의해 서방의 결의가 약해진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면서 “서방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균열된다면 러시아 같은 적대국들이 고무될 것이라는 점을 모두가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실제 자신들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활용해 아프간에 대한 영향력과 국제사회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두 나라 주도의 지역 경제·안보협력체인 SCO에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아프간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이다.

푸틴 대통령은 “아프간 정세 연착륙, 테러리즘과 마약밀수 차단, 아프간 안보 위험 확산 방지, 외부 세력 개입과 파괴 방어, 지역 안보와 안정 유지 등을 추동해야 한다”며 “가능한 빨리 평화를 달성하고 이웃 지역으로 불안정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SCO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양측은 SCO 회원국과 연대·협력 및 상호 지지를 강화해 지역 국가의 안보와 발전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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