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지난 8월 19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며 아프간 국기를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카불 |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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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된 지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국제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미군 철수로 촉발된 혼란이 아프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까지 긴 시간이 흐른 만큼 아프간의 내부 사정도 상당 부분 변했다. 2001년 9·11테러 당시 탈레반과 지금의 탈레반은 닮은 듯 다른 모습이다. ‘테러’, ‘이슬람’ 등의 단편적 정보만으로 미국의 아프간 철수를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탈레반의 재집권을 바라보는 아프간 사람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다. 탈레반을 환영하는 모습과 저항하는 모습이 같은 날 보도되고 있다. 상반된 두 행동 사이 어딘가에 아프간 사람들의 진심이 담겨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장 센터장은 중동 정치, 테러와 안보 등을 연구했다. 특히 탈레반 내부의 역학관계에 대한 그의 분석은 주목할 만하다. 인터뷰는 지난 8월 24일 전화로 진행했다.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대규모 사상자들이 발생했다/카불 |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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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장 센터장과의 인터뷰가 종료된 뒤인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아프간 카불 공항 인근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수십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고, 미군 역시 13명이 사망했다. 장 센터장은 이미 지난 8월 24일 1차 인터뷰에서 “아프간으로 탈레반,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모여드는 만큼 이들의 경쟁으로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할 것이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의 분석대로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경향신문은 지난 8월 27일 장 센터장과 2차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상황의 중요성을 고려해 2차 인터뷰 내용을 본문 앞에 배치했다.
-예측하신 대로 또 다른 테러가 발생했다. 지금 아프간은 탈레반도 통제가 어려운 상황인가.
“이제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졌으니, 소위 자기네들이 최고라는 주장하는 탈레반, 알카에다 IS의 주도권 다툼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전 세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게는 지금 아프간이 해방구나 다름없다. 미군 철군, 민간인 탈출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아프간으로 속속 입국한다는 이야기가 여러 경로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테러 배후가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라고 불리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으로 알려졌다. 왜 테러를 했다고 보나.
“IS가 시리아, 이라크에서 나타났을 때도 이런 현상들은 있었다. 여러 극단주의 조직들이 병립했고, 이들은 하부 조직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극단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하부 조직원들은 어제는 알카에다, 오늘은 IS로 옮길 정도로 유동적이다. 이번에도 여러 조직 간의 일종의 주도권 다툼을 위해 ISK가 선제적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본다.”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 간 경쟁이라면 연쇄 테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인가.
“IS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점에 굉장히 과감하게 움직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탈레반도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물어본다면 그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탈레반 핵심 수뇌부가 이미 정상국가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더 큰 문제를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또다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다면 그건 ISK가 계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알카에다나 탈레반의 젊은 조직원들이 IS로 이탈하는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복수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군사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에도 미국이 중동을 떠난다고 했다가 IS가 부상하며 발목을 잡혔다. 결국, IS 격퇴를 위한 국제연합전선을 조직했는데 군사적 개입보다 주로 동맹국 전투병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번에도 미국이 대응을 한다면 최대한 많은 수의 동맹국들을 끌어모아서 짐을 나누려고 할 것이다.”
-아프간의 향후 정세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나.
“진짜 지옥문이 열린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아프간이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도피처로 이름이 났으니 이제는 중동, 중앙아시아, 파키스탄 등등에서 극단적 세력들이 몰려올 것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시리아나 이라크가 IS의 근거지였다면 이제는 무대가 아프간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부상을 당한 여성들이 치료를 위해 인근 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카불 |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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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의 갈등 구도를 최대부족인 파슈툰족과 미국을 중심으로 뭉친 비파슈툰족의 민족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아프간이 다민족 국가인 것은 맞다. 하지만 1979년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당시 모두 뭉쳐 10여년간 싸웠다. 아프간 재건 실패 원인으로 민족이 갈라져 있고, 부족 내 군벌이 나눠진 것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정적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순간에 무너진 아프간 정권도 주요 요직은 다양한 종족이 나눠가졌다. 인구 구성비 때문에 통합이 안 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프간 사태의 원인이 반외세 민족주의 운동이 아니라면 종교전쟁으로 봐야 하나.
“종교전쟁과 자기들을 이용했다가 버린 미국에 대한 복수다. 소련 침공 당시 미소 이데올로기 경쟁이 극심했다. 양쪽 모두 한 나라라도 더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소련의 침공을 받은 아프간을 미국이 도왔다. 당시 성장한 것이 ‘전사’를 뜻하는 아프간 ‘무자헤딘’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중동 정치, 테러와 안보 분야 전문가다. 장지향 제공 |
-미국이 이들을 어떻게 버렸다는 것인가.
“소련이 아프간을 장악하려 하자 타지크계, 우즈베크계 등이 중심이 된 북부동맹과 파슈툰족이 이슬람 깃발 아래에 모였다. 소련은 무신론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종교 아래에서 뭉칠 수 있었다. 이때 미국 CIA가 개입한다. 미국이 아프간 이슬람 전사들의 훈련을 돕고 필요한 돈은 주로 사우디가 제공하는 식이었다. 오사마 빈 라덴도 이때 성장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지원을 바탕으로 무신론자들과 싸우는 지하드(성전)가 시작된다. 사실 이전에도 지하드는 있었지만, 이슬람 전사들이 나라마다 흩어져 있었다. 주로 국내에서 친미, 세속주의 정부와 대립했는데 아프간 지하드는 이슬람 역사에서 처음으로 국제적 성전이 됐다. 튀니지, 요르단, 사우디 등에 흩어져 있던 이슬람 전사들이 모두 아프간에 모였다. 그런데 이들을 성장시킨 미국이 냉전이 끝나자 지원을 끊었다. 하루아침에 버려진 것이다. 미국이 떠난 자리에 1994년 탈레반이 조직됐고,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통치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우리가 냉전 시기에 괴물을 양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힘의 공백이 발생하면 탈레반이 득세하는 건 당연한 상황 아닌가. 미국은 왜 철군한 것인가.
“두가지로 분석한다. 첫째는 전쟁피로감이다. 아프간전쟁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장기간 전쟁을 수행하며 자살폭탄테러 등으로 미군 병사들도 많이 죽었다. 또 아프간에서 살아 돌아온 병사들의 심리적 문제도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했다. 결국 아프간전쟁에 대한 미국 내의 악화된 여론이 철군의 한 배경이 됐다. 둘째는 셰일가스 혁명이다. 데이터를 보면, 미국은 2019년부터 원유 수출국이 된다. 중동의 자원이 덜 중요하게 된 것이다. 미국 대외정책의 중요성에서 중동 안정의 우선순위 역시 낮아지게 됐다.”
-그렇다면, 왜 지금인가.
“탈레반의 아프간 재점령 상황만 보면 미국의 중동 철군이 뜬금없고 잘못된 판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철군은 어느 날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다. 이미 2009년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사안이다. 바이든 역시 대통령선거 유세를 할 때 중동에서 아들·딸들을 데려오겠다고 했다. 선언적 레토릭이 아니었음에도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을 뿐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철수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인가.
“중동을 둘러싼 미국 수뇌부의 발언, 계획 등을 보면 미국은 자국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중동 철군은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철군을 위해 뭘 얼마나 준비했느냐이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정해진 방침이 앞으로 중동문제는 뒤에서 이끈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패권이 등장하는 것을 막는 이른바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정책을 추구한 것이다. 그 결과 나온 것이 2015년 이란 핵합의다. 이걸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파기했다. 바이든은 오바마 때 중동정책을 계승했는데 이란 핵합의를 복원한다고 했다. 계속 노력도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보면, 미국이 중동에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고 볼 정황은 충분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에 중동 내의 미국 동맹국인 쿠웨이트, 바레인, 사우디에 가서 그곳 대학생들을 만나면 ‘정말 미국이 떠나느냐’고 물으며 두려워했다. 그게 이미 2~3년 전이다.”
아프가니스탄 저항군의 한 대원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북부 판지시르주의 라에탕 지구의 도로에서 통행하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판지시르 |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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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자신들이 철수하면 아프간 국민이 탈레반에 저항할 것이라 기대한 것 아닌가. 국민적 저항은 없는 것 같은데.
“탈레반이 2001년도에 쫓겨났으니 그 이후 성장한 세대는 반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탈레반을 연구해온 사람 입장에서 저항이 가능할까 싶다. 탈레반 점령기의 극악무도한 공포정치를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프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비행기 밖에 사람이 매달리지 않았나.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아프간을 빠져나가려는 모습이 과거 탈레반이 어떤 통치를 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몇몇은 탈레반을 환영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향후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가능성은 있나. 스스로 변하겠다고 하지 않나.
“거의 없다고 본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탈레반 내부 역학관계를 잘 봐야 한다. 탈레반의 핵심지도부는 어쩌면 정말 변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수뇌부 의사만 중요한 상황이 아니다. 탈레반 하부조직은 여전히 길거리를 활보하면서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 수뇌부가 이를 통제할 능력이 거의 없다.”
-명령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이슬람 급진주의가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많이 변했다. ‘이슬람국가(ISIS)’라는 극단주의 세력도 나왔다. 이제는 알카에다도 구식이라고 할 정도다. 알카에다가 조직원 한명을 충원하기 위해 수뇌부가 포섭대상을 찾아가 고민상담도 하고, 함께 기도도 하고 했다면 ISIS는 SNS로 사람을 모집한다. 이는 단순히 모집 체계가 바뀐 것이 아닌 의사결정 과정이 하향식에서 자발적 참여자들에 의한 상향식 문화로 변했다는 것을 뜻한다. 즉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구성원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탈레반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나 엄격한 명령 체계가 먹혔지 지금은 하부 조직원들이 핵심지도부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ISIS나 알카에다 등으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이런 상황들을 볼 때, 탈레반 지도부가 변하고 싶다고 해서 실제로 그럴 역량이 있을지 의문이다.”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 지역에서 아흐마드 마수드를 중심으로 한 북부동맹이 탈레반에 저항하고 있는데.
“이들만으로는 어렵다. 미국도 현재 상황에서 돕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내전 상황으로 갈 것이다. 만약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ISIS가 국제적으로 큰 문제를 만든다면 그때 다시 국제연합전선이 개입하지 않겠나.”
-아프간의 경제문제 때문에 탈레반이 북부동맹과 협상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정말 탈레반이 시민의 경제문제를 걱정해 양보할 것이라고 보나. 경제문제로 북부동맹과 연합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아프간은 고산지대에서 최상급 아편이 재배된다. 이걸 경제기반으로 삼을 가능성이 더 높다. 쉬운 방법이 있는데 어려운 길로 가겠나.”
-아프간에서 벌어질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무자헤딘이 제1세대 지하디스트라고 하면, 2세대는 알카에다와 탈레반이다. 알카에다는 자신들의 적을 미국이라고 정해두고 테러를 자행했다. 이들은 자국 영토를 넘어 전 세계를 타깃으로 삼았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ISIS라 불리는 제3세대 지하디스트다. 이들은 국제적 지하디스트다. 구성원들의 국적만 90여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모두 아프간에서 혼재하고 있다. 최악은 서로 누가 더 나은지 경쟁을 하는 모양새다. 누가 더 높은 수위에 잔혹함을 보이며 이목을 집중할 수 있을지 경쟁하게 될 것이다. 탈레반이 ISIS나 알카에다에 비해 자신들이 약하게 보일 것을 우려하게 된다면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극단적 행동도 할 수 있다. 존재감이 약해지면 조직원이 이탈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검문소에서 탈레반 대원이 경계근무 중 소총을 겨누고 있다. 카불 |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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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악순환 아닌가. 미국은 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왜 이를 감수하고 나가나.
“결국 미국이 생각하는 중동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또 주변국 상황도 봐야 한다. 그들도 좋을 것이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중동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이란은 ‘일단 미국이 중동에서 떠나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하니 지금은 우호적인데 이란은 시아파고, 탈레반은 수니파다. 결국 갈등이 생길 것이다. 탈레반의 공포정치로 난민이 대거 발생하면 이란 국경으로 몰릴 것이다. 환영 분위기가 얼마나 갈까.”
-중국은 어떤가.
“중국은 신장웨이우얼 분리독립 세력을 생각하면 부담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탈레반 지도부에게는 선택의 시간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급진주의의 목표는 사상의 수출에 있다. 최대한 많은 추종자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다시 신장웨이우얼을 탄압하고, 이에 무슬림이 대상이 된다면 탈레반은 행동에 나서라고 압박받을 것이다. 그럼 돕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아프간 철수는 그동안 미국이 추구한 자유주의적 패권주의(미국 정치체제를 이식할 수 있다는 믿음)가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나.
“정도의 차이만 있지 미국은 언제나 자국 이익이라는 기반 하에 자유, 인권 등의 가치를 말해왔다. 중국과의 대립도 명목은 대만, 홍콩 등의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한다는 논리이지만, 결국 중국과의 대립이 더 이익이라는 관점 하에 진행된다. 중국의 시진핑 일인지배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으니 미국 입장에서 중국 봉쇄의 명분이 더욱 강화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항상 실익을 추구해온 것이다. 중동에서 온갖 욕을 먹으면서 떠나는 이유를 한 가지만 꼽자면 결국 중국 견제 아니겠나. 미국 외교정책 전반이 전환되는 것이다. 한반도에도 일정한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고 본다.”
-2001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아프간 개입을 어떻게 평가하나.
“실패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개입 목표는 국가가 정상적 기능을 하고,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체제를 만들어가는 것을 돕는 것이었다. 전부 실패했다. 치안이나 안정화를 이루지 못했고, 민주적 체제도 만들지 못했다. 아프간에 첫 민주정부가 세워진 것이 2004년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군대·경찰을 양성해 치안력을 회복하는 데도 실패했다. 사실 미국은 처음 아프간에 들어갈 때 속전속결의 원칙이 있었다. 탈레반을 축출하고 곧바로 빠져나온다는 것이다. 아프간에 선거 기회만 주면 잘될 것이라고 봤다. 미국이 외부세력이 한 나라를 민주화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달았을 것이라고 본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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