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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양귀비 재배 금지령… 최대 돈줄 아편을 포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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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편 등 마약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양귀비 재배를 금지했다. 국제사회 인정을 받는 정상국가로 나아가려는 조처로 분석되는데, 마약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했다.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농부들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이 주요 양귀비 산지인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주 마을을 돌며 더는 양귀비를 재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사람을 취하게 하는 마약뿐 아니라 술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아프간이지만 공교롭게도 양귀비는 아프간의 특산물이다. 세계 아편 공급의 84%가량을 담당한다. 아프간산 아편과 헤로인은 발칸주와 터키를 통해 유럽국가들에 주로 밀반입된다. 중국, 아프리카, 호주,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에서도 아프간산 마약이 적발됐다. 탈레반이 양귀비 재배를 막는 데 성공하면 러시아와 이란, 유럽 등에서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마약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양귀비 재배를 단속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을 제기했다. 아프간의 아편 관련 책을 쓴 저자 데이비드 맨스필드는 “대부분 필로폰과 아편 생산지역은 탈레반의 암묵적 통제하에 있다”며 “경제 붕괴는 더 많은 마약 생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탈레반은 양귀비를 자금줄로 삼아왔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아프간의 양귀비 재배면적은 지난해 22만4000㏊였다. 서울의 4배 가까운 땅에 양귀비를 재배하는 셈이다. UNODC는 농부들이 양귀비 판매액의 약 6%를 탈레반에 세금으로 냈다고 지적했다. 양귀비 판매세는 재작년 기준 1450만 달러(약 160억원)로 추산됐다. 유엔 등 국제기구들은 탈레반 수익의 60%는 마약거래에서 나오는 것으로 본다.

양귀비 재배가 사라지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경제기반이 약한 아프간에서 양귀비는 농민들의 수익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탈레반이 양귀비 재배를 금지하자 앞으로 생산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나머지 양귀비 값이 크게 뛰었는데, 농민들에게 수익성이 낮은 다른 작물을 키우라고 강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칸다하르·우르즈간·헬만드주에선 가공하지 않은 양귀비 1㎏ 가격이 70달러(약 8만원)에서 200달러(약 23만원)로, 3배 올랐다. 북부 마자르-이-샤리프에선 두 배로 올랐다. 미국이 양귀비 재배를 막고자 아프간에 20년간 90억 달러(약 10조5000억원)를 쏟아부었으나 실패한 원인이다.

한편에서는 현재 아프간 내부에 탈레반에 군사적으로 맞설 세력이 없다는 점에서 양귀비 재배 금지에 성공할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칸다하르주 한 농부는 WSJ와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결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며 “그들이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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