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 수송기를 타고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빠져나와 29일(현지시간) 코소보 프리슈티나 국제공항에 도착한 사람들이 짐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프리슈티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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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과 탈레반은 아프간 잔류 외국인과 미국에 협력했던 아프간인의 해외 이동에 관해 협력하는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오는 31일 미군을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시키면서 대피 작전을 종료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탈레반의 이해관계가 접점을 찾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29일(현지시간) 미국, 한국 등 100개국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든 외국 국적자 및 우리 측으로부터 이동 승인을 받은 아프간 시민이 아프간 바깥으로 안전하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될 것이라는 보장을 탈레반에게서 받았다”고 밝혔다. 성명은 “우리는 우리 시민과 주민, 고용인, 우리와 협력한 아프간인,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이들이 아프간 바깥 목적지로 자유롭게 계속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어 “우리는 해당 아프간인에게 이동 관련 서류를 계속 발급할 것”이라면서 “이들이 우리 측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명한 기대를 갖고 있으며 탈레반으로부터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등의 공동성명은 오는 31일 미군이 완전 철수한 이후 아프간에 남겨진 미국 시민 및 아프간 조력자들이 탈레반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 등 동맹국으로선 31일 이후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자들의 안전한 대피를 보장할 방법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이 현지에서 철수하지만 인근 지역에서 아프간 피란민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등 업무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탈레반 측 수석 협상자인 모하메드 압바스 스타닉자이는 지난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탈레반은 적법한 서류만 갖춘다면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도 아프간을 떠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며, 지난 20년 간 미국에 협력했던 이들의 출국 역시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탈레반의 이해가 접점을 찾은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성명에는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향후 아프간에 세워질 정부에 대한 원조 등 인센티브가 암묵적 메시지로 담겼다고 전했다. 탈레반의 자유로운 해외 이동 협조와 탈레반 정권 인정과 경제적 지원을 연계시킨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건하기 위해선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고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탈레반이 외국인과 아프간인의 해외 이동을 제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프간인이 해외로 대피하는데는 제약이 적지 않다. 해외 이주를 원하는 아프간인은 먼저 아프간 정부로부터 여권을 발급받는 다음 외국 정부로부터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같은 절차를 밟기 위해 수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이 걸리고 그 사이 탈레반의 보복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적법한 서류를 갖췄더라도 탈레반이 운영권을 넘겨받을 것으로 보이는 카불 공항을 통한 출국이 원활할지도 미지수다. 자유로운 해외 이주에 대해 협력하는 모양새를 갖추긴 했지만 실제로 이행되기까진 많은 변수가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30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터키, 카타르,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주요 동맹국 장관들과 화상회의를 갖고 아프간 사태와 관련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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