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와르 다니시 아프가니스탄 제2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코미디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의 초상화.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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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전·현직 정부 관리나 예술인들을 잇따라 살해하면서 과거 집권기의 ‘공포 정치’가 현실화하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아프간 바글란주 안다라비 밸리에서 가수 파와드 안다라비의 목숨도 앗아갔다고 AP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안다라비는 ‘깃작(ghichak)’이라는 현악기를 연주하면서 아프간 전통 가요를 불러왔다.
그의 아들인 자와드 안다라비는 “탈레반은 과거에도 집에 찾아와 수색하고, 마시는 차 종류까지 확인했다”면서 “아버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가수일 뿐인 무고한 사람이다”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지역 탈레반 위원회는 살인자를 처벌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도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아프간의 유명 코미디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가 탈레반 조직원에게 모욕당한 후 잔인하게 피살된 사건이 재조명받고 있다. 카샤는 지난달 29일 남부 칸다하르주의 자택에서 무장조직 탈레반 조직원에게 납치됐다. 이후 신체 일부가 훼손된 채 숨진 카샤가 나무에 묶인 모습이 찍힌 사진이 공개됐다. 당시에도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인정하며, 내부 조사를 거쳐 범행에 대해 탈레반 법원의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1996~2001년)에 이슬람 샤리아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했다. 때문에 음악가들은 20년 만에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의 억압을 두려워해 숨어 지내고 있으며 추적을 피하려 소셜미디어 계정을 없앴다. 음악 학교도 문을 닫았다. 한 예술가는 “음악이 금지되고 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은 제거될 것이라는 역사적 경험이 가까운 장래에 재연될 것이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텔레반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대대적인 색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보도했다. 이때문에 많은 사람이 전화번호를 바꾸고 주변 사람들과의 통신을 끊은 채 숨어 지내고 있다. 한 아프간 특수부대 장교는 “위협적인 전화를 받은 후 은신처를 여러 번 바꿔야 했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도시가 감옥이 됐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반탈레반 활동가로 알려진 마지드 카라는 최근 며칠 동안 납치돼 살해당한 지역 총재와 젊은 아프간 시인의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이외에도 많은 살인 사건과 관련한 메시지를 주변으로부터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아프간 남서부 파라주의 전 보안 경찰서장인 굴람 사키 악바리도 27일 카불-칸다하르 고속도로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NYT는 탈레반이 아슈라프 가니 정부의 전직 공무원 최소 12명을 구금했다고 전직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슬람 시아파, 하자라족, 힌두교, 시크교, 기독교도 등 아프간 내 소수 종교인들도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미 NBC방송은 전했다. 국제엠네스티는 지난달 아프간 중부 가즈니 지역에서 탈레반 대원들에 의해 남성 9명이 학살됐다고 밝혔다.
잇따른 보복 살인은 포용적인 정부 구성을 내세우며 서방 협력자나 전·현직 정부 관료에 대한 사면을 주장한 탈레반의 약속과 배치된다. 탈레반 고위 지도자이자 탈레반 연계조직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 칼릴 알라흐만 하카니는 지난 23일 파키스탄 지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쟁에 참전했던) 장군부터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용서한다”고 밝혔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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