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부사령관, 마지막 수송기 이륙 발표…바이든 "20년 주둔 끝나"
9·11 테러로 20년 전쟁 시작…폭탄 테러 등 녹록지 않았던 철수 과정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종료를 앞두고 카불 공항에 비행기들이 보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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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군이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를 완료하면서 지난 2001년 9·11 테러로 촉발된 미국과 아프간 탈레반과의 20년 전쟁이 공식 종료됐다.
로이터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중동과 중앙아시아 군사작전을 책임진 캐네스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과 미국 대사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마지막 대피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제 20년 아프간 군 주둔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美 중부사령관 "마지막 수송기 아프간 떠났다"…바이든 "20년 주둔 끝나"
매켄지 사령관은 미 국방부에서 기자들과 브리핑에서 로스 윌슨 주아프간 미국 대사 대리와 미 육군 제82공수사단 크리스 도나휴 사령관(소장)이 탑승한 마지막 C-17 수송기가 아프간을 떠났다고 밝혔다.
매켄지 사령관은 미군과 연합군이 지금까지 12만3000명 이상의 민간인을 대피시켰으며 아프간에는 이제 단 한 명의 미군도 남아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이제 아프간에서 우리의 20년간 군 주둔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철수 완료를 최종 확인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간 미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수작전으로 12만명이 넘는 미국과 동맹국 시민, 아프간 협력자들을 대피시켰다. 그들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용기와 전문성, 결의를 갖고 그것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철수 시한으로 정한 31일 오후 아프간 철군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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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 남은 민간인·협력자들 대피 과제…카불 공항 재개 방안 논의
철수 완료로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군은 없게 됐지만, 여전히 일부 미국인들과 아프간을 떠나길 원하는 협력자들은 남아 있는 상태다. 이들이 안전하게 출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킨지 사령관은 아프간의 미국인 대다수는 탈출을 원했으며 6000명 이상이 아프간을 떠났다면서도 "우리가 탈출을 원한 모든 사람을 대피시키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수백명의 미국인들은 아직 현지에 남아있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에 남아있는 미국인에 대한 명단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며 "100명에서 200명 사이라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들 미국인과 현지 아프간 협력자 등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카불 공항 재개 방안에 대해 동맹국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블링컨 장관은 밝혔다.
◇20년 전쟁 시작은 9·11 테러…트럼프 이어받은 바이든 철군 최종 결정
20년 전 미군의 아프간 침공은 2001년 미국 뉴욕 무역센터 등에 대한 9·11 테러가 그 배경이었다.
미국은 당시 아프간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탈레반에게 9·11 테러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인도할 것을 요구했지만, 탈레반이 이를 거부하자 미군이 아프간을 침공하면서 '20년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은 서방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축출하고 친미 정권을 수립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1년 5월에는 미군이 9·11 테러의 배후였던 빈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탈레반과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천문학적 전쟁 비용이 발생했고, 적지 않은 인명 피해도 입었다. 지난 4월 기준 미국의 전쟁 비용은 1조 달러(약 1166조원)에 달했고, 미군 2448명 등이 숨졌다.
이로 인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미국 내 지속적인 반대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그러다 미국의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에 부정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집권하면서 아프간 전쟁 종식의 계기가 마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2월 탈레반과 미군을 포함한 동맹군이 올해 5월1일까지 철군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했고, 이 합의에 따라 1만2000여명이던 아프간 주둔 미군을 2500명까지 줄였다.
올해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합의를 따르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4월 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공식화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시한을 9·11 테러 20년인 9월11일로 했다가 8월31일로 앞당겼다.
26일(현지시간) IS 소행으로 밝혀진 테러로 의료진들이 부상자를 들것으로 옮기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구진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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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지 않았던 철군 과정…탈레반 급속 장악에 카불 공항 테러 발생
그러나 미군의 철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탈레반의 급격한 아프간 정권 장악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탈레반은 미군의 철수와 아프간 정부군의 급격한 붕괴를 파고들며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뼈아픈 오판의 결과였다.
여유 있는 철수를 장담했던 바이든 행정부는 부랴부랴 6000명의 병력을 새로 투입해 탈출로인 카불 공항을 힘겹게 통제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헬기를 이용해 미 대사관 옥상에서 직원들을 대피시키는 장면을 노출하면서 '바이든표 사이공'라는 조롱을 샀다.
특히 지난 26일 카불공항 외곽에서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명가량이 사망하는 테러까지 발생해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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