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전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한 다음 연설대를 떠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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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낸 것은 ‘미국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아프간 카불 국제공항에서 종료된 대피 및 철군 작전에 대해서도 ‘대단한 성공’이라고 주장했다.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드러난 판단 착오와 이로 인해 야기된 혼란에 대해 제기된 비판을 ‘종전 당위론’을 앞세워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국민연설을 하면서 “어젯밤 카불에서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인 20년 아프간전을 끝냈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아프간에서 끝이 없는 임무를 계속할 명백한 목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에서 모든 미군을 철수키로 한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이것은 옳을 결정이었고, 현명한 결정이었으며, 미국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설정한 철군 시한을 24시간 앞둔 전날 미군 등을 태운 C-17 수송기가 마지막으로 카불 공항에서 이륙함으로써 20년에 걸친 아프간 임무를 종료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지난 2주 간 미국인과 미국에 협조한 아프간인 등 12만명 이상을 대피시키고 전쟁을 끝낸 것은 “대단한 성공”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아프간에는 아프간을 떠나기를 희망하는 미국 시민이 최소 100명 이상 남아 있고, 아프간인 수천명도 탈출하지 못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심은 아프간에서 떠나기를 희망했던 미국인의 90%(※연설 뒤 백악관은 98%라고 정정)가 떠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남아 있는 미국인에 대해선 데드라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빠져나오길 원한다면 나오도록 하기 위해 계속 전념할 것”이라면서 아프간 잔류 미국인의 대피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군사적 임무에서 외교적 임무로 바뀐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와 군대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붕괴하고 탈레반이 카불을 포함애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면서 대피 및 철군 과정에서 대혼란이 벌어진 데 대해서도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아프간 20년 전쟁을 끝내고 철군하는 것은 시점이 언제였든 위험한 작전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어 올해 5월 1일까지 미군을 완전히 철수키로 약속하는 바람에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극히 적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은 떠나느냐 확전이냐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아프간에서 다음 10년의 전쟁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무엇이 중요한 국가 이익이냐’라고 묻는다”면서 “미국의 안전과 안보는 아프간에 수천명의 미군을 계속 주둔하고 수십억달러를 쓰는 것으로는 증진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강대국의 세력 판도와 안보 환경이 변화한 점도 아프간전 종전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는 “세계가 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와 여러 전선의 도전을 다루고 있다”면서 “우리는 사이버 공격과 핵확산에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21세기 경쟁에 있어 이런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간에 10년 더 묶여 움직이지 못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드러난 판단 착오와 혼란에 대한 비판과 진상 및 책임 규명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의회는 상임위원회마다 관련 청문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고, 아프간에 남은 미국 시민과 아프간인 협력자들에 대한 현황을 정부가 정기적으로 의회에 보고토록 하는 법안도 마련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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