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포와 박격포로부터 지상군을 보호하는 미육군 C-RAM 방어시스템의 야간 시연 모습/US Military News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을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던 데는 탈레반의 도움이 있었다고 CNN이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CNN은 2명의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미군이 탈레반 측과 비밀 협정을 맺고 미국인들을 카불 공항 입구까지 호송했다고 보도했다.
미 특수작전부대는 공항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를 만들었고, 미국인들을 안내하기 위해 콜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공항 근처에 미리 만들어진 집결 장소에 미국인들이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탈레반이 인솔했다는 것이다. 당시 공항 내부는 미군이, 외부는 탈레반이 통제하고 있었기에 미군이 탈레반 측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핵심 집결 장소 중 하나는 공항 바로 근처에 있는 미 내무부 건물로, 탈레반의 인솔은 하루에도 여러차례 이뤄졌다. 미군이 혼잡한 카불 공항 바깥의 아프간 현지인 인파와 혼란을 사이에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탈레반 측과 협정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 시각) 카불공항 북서쪽 민가에 로켓이 떨어져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트위터 |
미국이 탈레반 측과 수년간 군사적, 외교적 접촉을 해왔지만 이번 작전은 전례 없는 수준의 전술적 공조를 보여준다고 CNN은 평가했다. 앞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주 카불을 매우 이례적으로 방문해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만난 바 있다.
또한 철수 기간 동안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이 “탈레반이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고위 관계자들도 “탈레반이 미국인들에게 ‘안전한 통행’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말한 바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작전에 대해 “효과가 있었고, 아름답게 작동했다”고 했다.
미국 중부사령부 프랭크 맥킨지 사령관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특수작전부대의 개입을 밝히며 “1064명 이상의 미국 시민과 2017명의 미 협력자들, 아프간인, 그리고 127명의 제3국 국민을 데려올 수 있었다”고 했다.
탈레반과의 협동 작전은 미군이 철수를 완료하는 시점까지 극비사항이었다. CNN은 작전이 공개적으로 알려질 경우 탈레반 조직원들과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공격 위험 우려 때문에 비밀에 부쳐졌다고 보도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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