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조 바이든(왼쪽에서 넷째) 당시 상원의원을 비롯한 일행들이 아프가니스탄 한 계곡에 비상착륙한 모습. 통역사 모하메드는 사진에 찍히지 않았다. /미 국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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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목숨을 구했던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통역사가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하고 탈레반으로부터 도망쳐 은신처에 피신해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이었던 2008년 2월 바이든은 존 케리, 척 헤이글 상원의원과 함께 아프간 쿠나르 지방의 도시 아사드 아바드를 방문했다. 미 육군의 블랙 호크 헬기를 타고 이동하던 이들은 거대한 눈보라를 마주쳐 산 중턱 한 계곡에 비상 착륙을 감행했다. 해당 계곡은 무장 탈레반들의 영향이 미치던 곳이다. 비상 착륙을 한 헬기 조종사와 부대원들은 약 36km 떨어져있던 바그람 공군 기지에 긴급 구조 요청을 보냈다.

비록 전투원이 아닌 통역사였지만 당시 36세였던 모하메드(가명)도 이 구조 작전에 투입됐다. 이 작전에 투입됐던 참전 용사에 따르면 구조 임무에 투입된 부대원들은 바이든 일행이 있는 계곡으로 가기 위해 100회 이상 총격전을 벌여야 했다. 탈레반이 상주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미군에 적대적인 사람들이 이 계곡을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건이 벌어지기 며칠 전 근처에서 24명의 탈레반 부대원이 사망한 전투가 벌어진 터라 경계가 삼엄한 곳이었다.

모하메드는 작전이 수행되는 동안 통역사 역할 뿐만 아니라 주변 주민들을 설득하고 통제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30시간 이상 연속해서 주변을 경계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미군들은 모하메드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문제가 되면 사용하라고 무기를 쥐어주기도 했다. 모하메드가 있었기에 바이든을 비롯한 3명의 상원의원들은 군용차를 타고 호송대와 함께 바그람 공군 기지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고 WSJ는 보도했다.

2008년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을 태운 미군의 블랙호크 헬기가 아프간 한 계곡에 비상착륙한 모습./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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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치러진 대선에서 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바이든은 선거 운동을 하면서 아프간에서 겪었던 이 헬기 사고에 대해 수 차례 언급했다. 그는 “알카에다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오사마) 빈 라덴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면 나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자. 내 헬리콥터가 억류되었던 저 산 한가운데로 돌아가면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뒤 미군을 도왔던 모하메드의 목숨은 위태로워졌다. 그는 아내, 네 자녀와 함께 공항 입구로 가서 미군에게 자신을 아프간에서 탈출시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모하메드는 미 수송기에 탈 수 있지만 아내와 자녀들은 그와 함께 갈 수 없다는 통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은신처에 숨어 탈레반이 그를 찾아내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모하메드는 WSJ에 보내는 이메일에 “대통령님, 저와 제 가족을 구해주세요”, “여기서 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적었다. 이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31일 모하메드에 감사를 표하며 “미국에 협조한 아프간 사람들을 탈출시키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사키 대변인은 또 “우리가 당신을 내보내겠다”며 “우리는 당신의 협조를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아프간에 주둔하던 병력을 30일 11시 59분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모하메드처럼 아직 아프간을 빠져나오지 못한 미국의 조력자 수천명이 여전히 아프간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이 “외국인에 협력한 사람들에게도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전적으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CNN은 30일 보도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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